다음 글은 최영일 동문이 입관 예배에서 읽은 조사 전문입니다.
------------------------------------
“경순이 이사간 날”
토요일 (6/28) 아침, 새벽기도회에 갔다 오는 길에 마침 자네한테 들리었는데 자네는 벌써 이사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한달전 쯤이었나 자네는 이미 이사갈 마음의 준비를 하였었던가. “하나님이 오라고 하시는 것 같아” 하였던가. 여하튼 자네는 여러 짐들을 가볍게 덜어내기 시작하였지. 토요일, 자네가 저 본향으로 이사가는 모습을 보고 잘 가라고 한마디 하였는데도 자네는 끄떡도 안하고 총총히 가더라. 그렇게 거기가 그리웠던 게지.
어릴적 생각이 나는구나. 우리는 고작해야 학교 교과서나 소설 따위를 읽고 있을 때, 자네는 “사상계”이었던가, 하여튼 우리는 접하기 어려운 책들을 읽고 있었고,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는 우리들은 그저 자네가 우리들의 형 같은 생각이 들었었지. 그 이후 지금까지도 우리들의 경박스러운 모습들이 자네에겐 참 한심스럽게 느끼어졌었겠지. 3주전 쯤, 그 말할 수 없는 고통속에서도 서울에서 온 친구를 반갑게 맞아 주며 대나무처럼 앉아 있었던 자네는 솔직히 우리들한테는 좀 형처럼 어려웠었단다. 딸, 아들 모두를 훌륭한 신앙인으로 키워 놓고 좋은 배필들을 만나게 해 주고 이제 혼자 이사를 떠나는구나. 그런 자네를 나는 부러워 해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섭섭해 해야 하는 것인가. 붙잡을 틈도 안 주고 그렇게 총총 이사를 가 버렸으니 아쉽기는 하지만 축하한다.
경순아, 형같던 친구 경순아, 이제 우리 모두 이 세상에서 너를 enjoy하였고 또 이후에도 너에 대해서 이야기 할 것이다. 너로 인하여 우리 한때 즐거운 인생을 살았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