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엔 벚꽃이, 일본엔 사꾸라꽃이 천지 사방에 가득하고 세월이 흘러 소년 소녀가 되어버린 19명의 고도회 회원들과의 오사카를 출발하여 교토와 나라를 경유한 이번 여행은 반 평생을 타국에서 살면서 지치고 메말라 버린 나의 감성을 봄비처럼 촉촉히 적셔 준 봄나들이 였다.
첫날 바다 위 섬처럼 떠있는 오사카 간사이 공항에 내려 버스로 이동해 찾아본 일본의 교토는 책에서 보고 상상했던 이상으로 규모가 크고 찬란히 빛나서 처음 일본 땅을 밟은 나를 놀라게 하더니 절벽 위의 청수사의 단아한 자태는 나의 일본에 대한 짧은 역사의식과 편견에 부끄러움 마저 느끼게 하였다.
잘 알지도 못하고 은근히 무시하던 나라, 그러나 일본은 국토부터가 우리 보다 3배 이상 크고, 백제의 장인들을 포로로 끌고와 그 기술로 만들었다는 건축물, 조각, 미술품들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크고 아름다웠다.
가깝고도 먼나라, 이제는 실상을 정확히 인식하고 인정 할 것은 인정하며 서로가 존중해 주며 평화롭게 사는 길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둘째날, 일본 3대 성의 하나인 오사카성에서는 2중으로 방어 수로를 만들어 적의 침략에 대비 하면서도 아름답고 견고하게 쌓아 놓은 솜씨에 철옹성이란 낱말이 이런 것이구나!! 감탄했다.
셋째날, 유네스코 세계 자연 유산으로 등록된 구마노 고도 아카기고에 코스 트레킹.
청춘인들 착각하지만 7순 노인들인 우리를 배려하여 평탄한 코스를 택했지만 한쪽으로는 삼나무 잎이 청청한 푸르름을 자랑하고 계곡엔 돌돌돌 시냇물이 흘러가는 산길과 노란 미깡을 조랑 조랑 달고 있는 귤나무, 자목련, 백목련이 흐드러지게 핀 농가를 옆에 끼고 걷는 시골길을 4시간 넘게 걸으며 중간에 휴식처에서 배달된 그림처럼 에쁘고 아기 자기한 또 한번 감탄했다.
저녁엔 일본 특유의 온천장 호텔에서 다다미방에 유카다를 입고 앉아 잠시 휴식한 뒤 온천수에 피곤한 몸을 담구어 다시 에너지를 충전하고 저녁 식사 후 모든 회원들이 함께 어울려 노래하고, 춤추며 흥겨운 시간을 보냈지만, 이날의 백미는 노래도, 춤도 아닌 A군의 "어디?" "어디?" 였다.
온천에 들어 가려던 전신 나체의 우리 남자 회원들이 묘하게 생긴 실내 구조 때문에 길을 잘못들어 여탕으로 진입하다가 "여탕이 잖아?" 하고 비명을 지르고 돌아서는데 평소에 젊잖고 말이 없던 A군 께서 "어디?" "어디?" 하며 직진하려고 하더라나?
넷째날, 귀국 길에는 여행 내내 그렇게 화창하고 부드럽던 날씨가 돌변해서 일본의 혼네를 보는 듯, 사나운 비바람에 무심히 우산 쓰고 버스에서 내려선 우리를 공격하여 우산을 뒤집어 망가뜨리고, 센조즈키 삼단 절벽을 향하여 물어 뜯듯 돌진하는 거센 파도는 간담을 서늘하게 할 지경이었다.
겉으로 부드럽고 상냥하고 친절하지만 속으로 모든 것을 계산하고 판단한다는 일본 사람들의 혼네,
결코. 만만히 볼 상대는 아니며, 진정으로 우리가 강대국으로 인정해 줘야 하는 나라 일본,
이 짧은 여행에 전문적인 안목도 없는 내가 감히 할 말은 못되는 것 같지만 일본은 대단한 나라였다.
그리고 꽃으로 뒤 덮힌 아름다운 나라 였다. ㅡ그런데 결론은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 였다,
꽃보다 아름다운 나의 친구들 나를 초대해 줘서 정말 고마워,
이젠 7순 할망구로 돌아가야지!!! 그것도 좋으네!!!!
이었으며, 구마모도 고도 로의 트랙킹도 성공적 이었습니다. 무사히 여행을 마칠 수 있도록 협조 해 주신
회원님 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