峨嵯와 龍馬 사이(236회 산행기)
이 성 희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산간지역에 눈발이 날렸었는데 오늘은 때 이른 초여름 날씨다.
계절이 널을 뛰니 늙은 몸, 여기 적응하기가 만만치 않다.
거리가
먼 탓인가.
전체
참석 인원 열일곱 명뿐이다
일행은
山行
들머리로 들어서자마자 겉옷부터 벗느라
분주해진다.
해발 348m의 용마산은 峨嵯山의 최고봉으로 면목동 동현에 위치하고 있으며 망우리공원, 중곡동 간의 산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등산로를 통해 忘憂里에서 아차산성을 거쳐 어린이 대공원 후문 근처까지 이어진다.
면목동 산 50번지 일대 면목약수터지구 입구에는 이 부근에서 거주했던 조선 전기의 文人인 서거정 선생의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그의 호를 따서 용마산 사가정 공원이 조성되어 있기도 하다.
조선시대에는 봉화산을 포함하여 망우리 공동묘지지역과 용마봉 등 광범위한 지역을 모두 峨嵯山으로 불렀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쪽 길은 의외로 호젓하여 인적이 드물다. 군데군데 詩碑가 세워져 있어 눈밝은 사람의 시선을 끌어당긴다. 주로 꽃이 소재지만 老人을 제목으로 한 詩도 보인다.
아직은 보이지 않지만 이맘때면 늘 예전에 어머니가 흥얼거리던 노래 <찔레꽃>이 생각난다. 박자도 멜로디도 제대로 맞는 법이 없었지만 즐겨 부르셨는데.....붉게 피는 찔레는 남쪽나라에나 가야 만날 수 있으려나. 내가 본 꽃은 늘 흰색이었으니.
산 중턱에서 龍泉샘을 만났다. 약수 한 바가지를 떠서 마시려는데 누군가 물위에 나뭇잎하나 가만히 떨어뜨려준다. 후후 불며 물을 마신다. 이렇게 시원할 수가. 아, 野史는 엄연히 살아 있다.
바야흐로 발밑에는 왕벚꽃나무 몇 그루에 꽃들이 가득히 피어 주위를 분홍빛 안개로 가득 채운다. 정상 부근 능선에 올라서니 어느 새 흥건히 땀에 젖은 옷소매사이로 시원한 바람이 맛나게 불어온다. 맞은 편 峨嵯山(287m)도 한 눈에 들어오고.
돌이 많아 오기 싫었다는 친구의 말대로 발밑에는 온통 바위투성이다.
작은
바위능선을 넘어 하산방향에서 풀밭 위의 휴식시간을 갖는다.
오늘
간식의 주 메뉴는 포도다.
세상이
좁아져 먼 나라의 과일이 풍성하게 들어오니 붉고 푸른 포도 같은 과일들이 주변에 지천이다.
龍馬와 峨嵯의 갈림길에서 우회전하여 하산하다가 祇園精舍쪽으로 방향을 틀었더니 다시 오르막이 나오는데 그 거리가 만만치 않다.
祇園精舍의 지붕이 우람하게 내려다보이는데 주변에 난만하게 무리지어 피어있는 영산홍의 지나치게 붉은 빛깔이 정갈한 절집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는다. 사람들은 어쩌자고 기도의 공간을 기름지고 번쩍거리게 치장하는 데만 여념이 없는지 이해할 수 없을 때가 많다.
새삼스럽게 회색 장삼에 싸인 헐렁한 어깨를 구부정하게 기울이고 서걱이는 대숲으로 걸어 들어가는 道僧의 모습이 그리워진다.
대한 불교조계종의 직할교구인 기원정사는 사찰부지 1000여 평의 대 가람이다. 35년 전의 비구니 스님 설봉화상의 대발원과 在家불자들의 노력으로 아름다운 사찰을 볼 수 있게 되었는데 外形의 아름다움만큼이나 사람들의 믿음도 한없이 깊어지기를 빌어본다.
골목길 돌아돌아 다다른 식당, 아구찜과 복지리로 시장기 도는 배를 채운다. 식후 디저어트는 바로 옆 커피숖에서. 에스프레소와 고소한 또띠야. 그리고 때 이른 빙수--설산의 눈을 연상시키는 얼음의 부드러운 목넘김. 만가지 시름을 단번에 날려버린다. 김두경 회장의 특별한 배려였다. 후식이 그리운 여자 동문들은 필히 참석하시기를....
참석자
남득현 변병관 강기종 정만호 권영직 이상훈 박상규 김두경 김윤종 이명원 신해 순 황정환 정기봉 이성희 진영애 정숙자 정영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