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원 수목원 걷기( 233회산행기)
이 성 희
어떤 일이든지 앞에 <첫> 자가 붙게 되면 신선함과 함께 기대감에 설레게 마련이다.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여러 번 첫 경험을 했을까. 지금은 대부분 사라지고 없는 感情들이지만 그러나 오늘, 出發만큼은 산뜻하게 하고 싶은 심정이다.
<기쁨과 즐거움은 새벽이슬처럼 덧없이 스러지고, 슬픔은 상여타고 북망으로 갈 때까지 길게 이어진다>고 한다. 그러나 비록 덧없을망정 기쁨의 나날이 더 많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야 老少가 다르지 않을 터이다.
대공원 역 2번 출구 앞 광장, 비슷한 등산복차림의 사람들이 가득 모여 있어 누군지 분간하기가 쉽지 않다. 그 중에서 낯익은 얼굴들 스무 명을 찾아냈다. 여자는 모두 여섯 명,

26회 후배들과도 조우했다. 200회 기념등산을 하는 날이라고 했다.
내친 김에 우리의 100회, 200회 등산을 되돌아보았다.
100회 때의 소백산, 그 때만 해도 힘이 넘쳐날 때였나 보다. 5월초였으나 날씨가 사나워서 정상까지 올라가는 철계단이 휘청거리던 생각이 났다. 사납게 몰아치는 비바람을 맞으며 현수막을 걸고 사진을 찍으려고 너댓명이 혼신의 힘을 다 쏟았던 일이 생생하다. 권영직 동문의 산행기도 새삼스러웠고 향후 20년을 다짐하는 각오도 기운찼다.
200회는 高麗山이다. 화사한 진달래가 만발했고, 꽃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 속 친구들의 모습이 사뭇 고왔다. 이 날을 끝으로 산행기를 접었었는데. 무엇보다 오래 지속하는 것이 쉽지 않다.
공원
입구에서 인증샷 두어 장 찍고 수목원으로 들어섰다.

이내 아스팔트위로 내려와 그 길로 1시간을 천천히 걸었다.
호랑이가 무기력하게 누워 있는 우리 곁으로 스쳐 지나노라니 잿빛 구름으로 뒤덮인 겨울나무사이로 살짝 비먹은 바람이 불었다.
아스팔트가 더 이상 걷기 싫어 여자 여섯 명과 박 前회장 등 일곱 명은 코끼리 열차를 탔다. 좁은 공간에 무릎을 맞대고 앉아 아이들처럼 부는 바람이 얼굴을 부딪치니 즐겁다. 뒤에 걸어오는 남자동문들에게 조금 미안했지만 나름 재미있다.
뜨끈한 <불낙전골>. 오늘의 점심메뉴다.
오늘 식사는 며칠 전 딸의 혼사를 치른 정만호 동문이 부담했다.
식사 후 향기로운 차 한잔을 마시며 나누는 이야기. 그 담소의 분위기와 더불어 빼 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홧홧한 머리를 식히려 문 밖으로 나서니 때 아닌 겨울비 조곤조곤 내린다.
우리들은 오늘 또 그렇게 헤어졌다.
참석자 명단
박효범 남득현 정기봉 강기종 심항섭 민일홍 김윤종 박상규 장용웅 이명원 황정환 송인식 이종건 김두경 정만호 주환중
박정애 정숙자 전행선 정영경 정영숙 이성희 박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