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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안개 피어오르는 길

 

 동쪽 창에 희끄무리하게 어둠이 물러나는 조짐을 느끼고는 스트레칭이라고 이름을 붙인 몸놀림으로 뻣뻣하게 밤새 굳었던 몸 마디마디들을 흔들어 깨워가지고 밖에 나오니 서리가 하얗게 깔려있고 울타리에는 호박잎이 말갛게 얼어있다. 감촉으로 느껴지는 냉기가 장난이 아니다. 겁먹고 들어와 옷을 두툼하게 제법 무장을 하고 매일 하던 대로 자전거를 타고 싸한 냉기 속으로 또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거의 매일 다니는 길인데 매일 느끼는 감정은 같지가 않다. 자전거로 왕복 30-40분 정도 걸리는 이 길은 체육공원 옆으로 거무내 라고 하는 흑천 변을 끼고 나있다. 개울물이 흐르고 건너편에는 높지는 않지만 단풍으로 곱게 물든 산이 자리하고 있고, 개울 가장자리는 장마 때는 급하게 흐르는 격류가 보는 이의 마음에 일말의 불안감을 안겨주지만. 보통 때는 갈대와 억새, 그리고 알지 못하는 온갖 잡초와 들꽃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화단처럼 한 폭의 그림처럼 길게 펼쳐져 이 길을 걷는 이들의 마음에 아름답고 포근한 고운 풍경을 안겨주고 있다. 시멘트 또는 아스콘으로 포장된 이 길은 차량 통행이 드물고 비교적 조용해서, 생각하며 걷거나 자전거를 타기에는 안성마춤이다. 길가 한편에, 때로는 양쪽에 심어 논 코스모스가 한 길이나 되게 자라, 꽃이 많이 피었을 때에는 코스모스 길 걷기 행사가 열리기도 한다. 흰색 분홍색 붉은색의 꽃들이 목을 길게 뽑고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이 길에, 하얗게 고른 치아를 내 보이며 수다를 떠는 여자들의 교태어린 웃음소리가 가득 차있던 이 길에, 흰색의 깔끔함이나, 귀여움과 사랑을 은은하게 내 보이던 분홍색의 우아함은 물론, 정열과 열정을 가슴에 담아두지 못해 머뭇머뭇하던 순진함도 모두 가는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처럼 흩어져 버리고, 몇 잎 남지 않은 꽃잎이 보라는 듯 옹골차게 씨만 꽉꽉 채워져 목이 무거운 듯 어두운 표정으로 서있다. 코스모스 사이사이로 엿보게 되는 개울에는 가을 내내 비가 거의 오지 않아 흐르는 물의 량이 많이 줄어들어, 흐르는 속도도 떨어져 잔잔한 물살이 졸졸 흐르는 듯 소리죽여 가만가만 흐르는 것 같다. 숨죽여 흐르는 물에서 흐물흐물 흔들리듯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곰실곰실 오르는 모습은 봄날의 아지랑이보다 더 선명하게 피어오르고 있다. 바람이 없어서 인가???보다. 여기 저기 모여 있는 물오리들이 아침잠이 덜 깬 듯 그냥 서있기만 한다. 모습으로 보아서는 하품이라도 늘어지게 할 판이다. 올망졸망한 돌들의 무질서함이 자연스럽고 무엇이라고 이름이 붙여진 것들인지 알 수 없는 수많은 잡초와 들꽃들이 어우러진 자그마한 세계가 펼쳐져 있고, 여기저기 무더기로 피어있는 갈대와 억새사이로 안개가 퍼져 흐르며, 한 줄기 미풍에 어석어석 몸 비비적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최근 들어 이 길 개울 양쪽에 예쁜 집들이 여럿 지어졌다. 잘 손질된 집에는 잔디밭, , 채소 등이 자라고 집 사이사이에 있는 농경지에는 노랗게 고개 숙인 벼이삭이 풍요로움을 보여주며, 무 배추 들깨 콩 고구마 등 농작물이 성숙되어 감을 보여주는 이 길을 달리면 기분이 좋아진다. 마치 내가 한 폭의 그림 속에 자전거를 타고 들어가 그림의 일부가 된 기분이다. 점점 짙어져가는 안개 속을 밤새 고인 땅의 지기를 받은 듯 힘차게 내딛는 페달에 힘이 들어간다. 시원스레 달려 나가는데 갑자기 옆에서 푸드덕하고 날아올라 개울건너 안개 속으로, 꿩꿩 하고 날아가는 소리에 놀라 자전거를 급정거하고 멍하니 바라보는 시야에는 백로 한 마리 아주 천천히 낮게 날아 소리 없이 여유롭고 의연하게 정말 폼 나게 착지하고 있다. 자전거 페달을 천천히 밟으며 개울의 이쪽과 건너편을 바라보며 돌아오는 중에도 머릿속 에는 아직도 백로의 비행과 착지, 그리고 보행의 동영상이 남아있다. 내 나이도 이제 고희를 넘기고 보니 젊지도 않은데, 높이 빨리 날고 싶다는 생각이야 접은 지 한참 됐지만, 이렇게 하루를 시작하고 마치는 일상생활도 느릿느릿 걷고 천천히 생각하며, 백로가 여유롭고 유연하게 아주 천천히 느긋하게 날개 짓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고 의젓하며 우아하지는 못 하드라도, 경망스럽게 서두르지는 말아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 잎이 진 빈 나뭇가지에 바람이 지난 듯 무덤덤해 질 수 있다면 내 마음도 조용하고 평화롭지 않을까, 보고 듣고 등 오감을 통해 느끼는 정서에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지 말아야 하겠다. 나이든 처지에 예민하다, 날카롭다는 어휘가 칭찬은 아닐 터이고 등 등 많은 생각들이 슬쩍슬쩍 머릿속에 지나고 있다. 언젠가 살다가가 아닌 다 살고 삶의 나래를 접고 비행을 마치는 때 저렇게 편안하고 멋진 착지를 하려면 삶의 무게를 줄여 나가야 가볍고 사뿐히 내려앉을 텐데.... 짙은 안개 속에서 나는 나를 뒤 돌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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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희 2014.10.29 09:40
    신새벽, 달빛을 뒤로하고 천변을 거닐다 보면 송 동문의 글처럼 수채화 같은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올 것입니다. 깊어가는 가을 아침,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모습이 손에 잡힐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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