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기가 원래 재미있다. 재미있어야 한다. 지나고 보면 실수담이 더 재미있는데 꼭 일부러 그런 것처럼
우리의 이번 여행은 참 재미있는 일들이 많았다. 글 쓰는 이가 재미있는 얘기도 재미없게 말하는 재주가 있는 사람이지만 감안하고 읽어주기 바라면서
얘기 보따리를 푼다.
(출발)
우리가
중국 운남성 차마고도트레킹과 옥룡설산 등반을 위해 출발한 날은 9월
23일 화요일이다. 아침 6시반까지 인천공항에 모이라 했으니 혹여 사람이
모이면 생길 수 있는 문제라도 안 생길까 준비팀 걱정이 많았겠다.
모두
무사히 늠름하게 다 잘 모였다. 여권 안 가지고 온 이도 없고 아픈 사람도 없다. 송정섭은 양평 용문에서부터 새벽에 택시타고 왔단다.
또 양주에 사는 남득현도 첫 차 타고 맞추어 왔다.
그런데 아뿔사 ! 탑승수속때 툇자맞고 집으로 돌아간 분이 계셨으니 이 분은 우리 단장이다.
중국비자 만료일이 어제라고? 그래서 비자가 없는 상태라고?
그러면 하루 전에만 출발했어도 되는데,,
이리하여 우리는 단장 떼어 놓고 출발한 단원들이다.
이 없으면 잇몸이라고 하는 말은 무색하다. 아무도 걱정을 안 한다.
부단장이
있어 금방 승격한다. 정숙자단장대행체제가 정비되었다.
아시아나항공은 예정대로 출발하고 중경(중국말로 충칭)에 도착해
국내선으로 셔틀버스타고 옮겼다. 여기에서 자기 짐을 안 가지고 오신 분이
생겼다.
현지가이드와 함께 가서 찾아 왔으니 해결되었다. 우리끼리 타산지석이 하나 만들어진 셈이다. 하하호호껄껄로 맺는다.
점심은 공항 대기의자에서 도시락 받아 삼삼오오 먹었다. 비행기에서 10시에 먹은 건 아침인 셈이다. 물도 없다. 밥 다 먹고 나서 한참 나중에 물을 사 와서 먹었다. 이렇게 먹는 건 이번만이겟지..
그래도
아무런 불만없는 우리들.
중국의 국내선은 연발이 다반사라는데 우리를 태워다 준 서부항공은 리이짱(여강)까지의 국내선을 정시에 도착시킨다. 스무스하게 일정이 진행된다.
비행기 타기 전 휴대폰과 배터리는 절대 부치는 짐에 넣지 말라고 했건만
누군가
한 사람은 착오가 생긴다. 갈 때, 올 때 부친 짐에서 다시 꺼내느라 고생한 분들은 남 여 각 1명.
우리가 묵을 호텔은 여강시 고성구 남문지역의 오성급호텔이란다.
불교식으로
정원을 꾸며 놓았다. 여기 고성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지역이라 볼거리가 많은 곳이다. 여기서 낼 산에서 자는 날 빼고 세 밤을
지낸다.
그럼 역사는 여기서 이루어져야겠지?
(단장의
합류 -9월 24일)
단장은
중국대사관에서 바로 비자를 받아 밤비행기로 사천성의 성도를 거쳐 여강공항으로 와 우리가 아침 먹고 출발하려는 시간에 벌써 호텔에 도착하였다.
무슨 재주로 후다닥 비자를 빨리 받았을까? 우리의 열렬한 환영을 받은 단장은 잠이 부족할 터이지만 오늘부터 1박 2일의 트레킹을 지휘할 것이다.
좀 늦게 오지. 단장노릇 별로 해 보지도 못하고 내려오는 사람을 생각해서라도.
(트레킹-
24/25일)
트레킹은 1박 2일로 진행된다. 짐을 두가지로 나누어 트레킹에 가져갈 짐과 호텔에 맡겨 둘 짐으로 나누고 버스타고 간다. 출발기점인 교두진까지 가는 중간에 샹그릴라 가는 길이 갈라진다. 샹그릴라라는 지명에 대한 논의가 잠시 있었다. 유토피아와 엘도라도와 어찌 다른지?
트레킹은
쪼개어 산행기라는 이름으로 따로 썻으니 이 글에선 생략한다.
(문신효의
합류 25 - 28일 )
우리가 트레킹 끝내고 여강 시내로 들어 온 날 저녁을 샀다. 운남에서 채취한 송이버섯도 싫컷 먹었다. 곤명에서 여강간의 거리는 서울-부산간이니
우리들 밥 사 주러 비서 대동하고 비행기 타고 온 것이다. 우리가 45주년때 제주도 여행 갔었고 그 때 첫 감귤철이라 참가자 집으로 감귤 한 상자씩 배달했었는데 그걸 못 받은 문신효가 무척 섭섭했었나보다. 5년이 지나도 받아야겠다 하니 그 때 감귤받은 사람들은 참 행복했던 것이 반증되었다.
안
갔던 친구들에게도 나누었어야 했는데..
낼 옥룡설산 올라가는 일은 그 곳이 해발 4,680미터이니 174미터 올라가는 일이 고지대에서의 움직임이라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 생각하는 친구들에게 문신효가 경험자로서 용기를 준다. 그까지꺼로 생각하도록 유도한다.
이건
의도적일까 진담일까?
(옥룡설산)
버스
안에서 떼로 먹은 고산증 예방약은 참 효험이 잇었다. 그래도 어질어질한 기분은 어쩔 수 없는 가 보다. 이중의 효험을 본 사람은 아쉬웠지만..
4,506마터와 4,680미터의 표지석 사진은 많이 사라졌다. 그보다 안개로 빙하지역을 못 본 것이 아쉬웠다.
(노준용의
사고? 26)
노준용이 가져간 카메라는 참 일을 많이 했다. 산행중 비오는 가운데
천 장 넘는 사진을 찍었다. 열에 아홉은 없어도 될 사진이지만 본디
양이 질을 창조하는 법. 많이 찍으면 그 중에서 괜찮은 놈이 나온다.
헌데 요걸 몽땅 날렸다. 이틀간의 트레킹과 4,680미터까지의 기록을 다 담은 이 카메라를 케이블카 다 타고 내려 와 점심 먹고 버스 기다리다 차 탈 때 떨구고 온 것이다. 묘한 일은 참 묘하게 생긴다.
화급히 연락하고 춘매씨 대동하여 가 보았지만
한시간이 넘어 지난 그 자리나 관리자가 나 몰라라 하는 상황이니
아쉽지만 현실을 인정 안 할 방법이 없었다. 이 번 여행 중 제일 큰
껀수는 역시 내가 만드는구나~~
(생일파티 26 )
저녁은
박태근과 황정환의 생일파티로 준비되었다.
둘이 같은 날이다. 형도 축하하고 동생도 축하하네!
1절 생일 축하합니다 와 2절 Happy Birthday가 울려 퍼지고
요리는 처음으로 매콤한 사천식요리 28접시가 들어 왔다.
평생 처음이다. 한 테이블에서 28요리를 먹는 일은. ,
그리 큰 테이블도 처음이다. 우리가 모두 한 테이블에 앉아 먹는 일도.
술은
죠니워커 한 병과 발렌타인 17년산 한 병을 각각 당사자가 스폰서하였는데 다 먹지도 못하였다. 한마디씩 하고 한 번씩 건배하였는데 시간 관계로
못한 분들은 이 글 아래 댓글로 한마디씩 해 주세요~~
(고성의
맥주26 )
저녁도 먹었는데 2차로 고성안의 벚꽃을 좋아하는 여주인이 운영하는 음식점에 갔다. 그녀는 나시족과결혼한 한국여자이다. 그 곳에서 맥주 마시고 꼬치를 먹었나요? 난 늦게 나와 찾다 찾다 못 해 다른 집에 혼자 가서 필담과 영어로 의사소통하고 노래 한 곡 부르고 왔다.
(인상
여강 쇼 27 )
우리는
오전 11시에 시작하는 쇼를 보았다. 8시에 호텔에서 나왔으니 공연장에서 가까운 소수민족 민속촌을 구경하고 일찍 공연장에
들어갔다.
장예모가 기획했다는 중국 3대 인상 쇼의 하나이다.
옥룡설산을
배경으로 마련된 무대에서 6부로 구성된 65분간의 춤과 노래 쇼이다. (산행기 각주사항내용임) 출연배우는 500명이고 등장하는 말은
100필이다.
1부는 마방: 100여명의 남자들이 나와 차마 고도를 출발하며 피혁이나 약초를 싣고 떠나가는 교역을 춤으로 표현한다.
2부는 술판이 벌어진다. 아내가 찾아 와 남편을 데려간다. 반성하는 남편의 모습이 징하다.
3부는 천상인간: 지상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을 이루기 위해 죽음의 길을 떠나는 남녀를 가족들이 못 가게 말리는 장면이다. 보내는 엄마와 가족들의 연기력이 뛰어나다.
4부는 노래 : 원주민들이 무반주로 노래 부르며 민속춤을 춘다.
5부는 북춤으로 제사를 지낸다.
6부는
기도의식으로 관중과 함께 소원을 빌면 응답한다는 내용이다.
(귀국
27/28)
올 때와 역순이다. 다만 충칭에 일찍 간다. 전날 가서 자고 돌아오니 약간의 시간 여유가 있다. 저녁 먹고 난 후 충칭의 밤은 비가 오고 있어 멀리 못 가고 근처 맥주집 찾은 이들만 있었다. 아침에 중경임시정부에 들러 동하에 가기로 하였는데 차가 꽉 막힌다. 오늘이 일요일인데 시내 중심지역이 이리 막히는 이유는 무었일까? 중국 건국기념일 10월 1일이 끼어 연휴기간이라 그렇단다. 백범선생께 죄송하게도 방향을 틀고 일찍 공항으로 갔다. 유종의 미를 거두려고. 회장이하 여러 분이 수고 많이 하였습니다.
(여권)
이 번 여행에서는 유난히 여권을 꺼냈다 넣었다 하는 일이 많았다.
여강에 들락날락할 때마다 공안원에게 여권을 내 보여 주어야 했으니 그러하다. 여권을 잃어 버리는 일은 여행에서 대형사고이다. 16회의 아무도 그런 일은 안 만든다. 가능성은 잃어버리기 잘 하는 나 정도에게 있지. 그런데 이렇게 여권이 왔다갔다 하니 내 여권의 행방을 잊을 때 문제가 된다. 내 여권이 어디 있더라? 가이드에게 주고 내 몸에 없는 여권을 가방을 샅샅히 뒤져 찾은 분이 몇 분이었나? 찾는 동안은 당황할 수 밖에 없다.
마지막 얘기꺼리를 만들어 유종의 미를 거두고자 하는 일은 역시 여권에서였다. 탑승권 받고 여권을 나누어 줄 때 겹쳐 나누어 주고 보니 없어진 하나의 여권. 찾을 때까지 그 주인은 놀랠 수 밖에...보안검사 끝나고 바구니 물건 챙겨 나올 때 지갑을 두고 나올만큼 놀래게 된다. 게이트에 와서 어? 내 지갑! 하고 다시 보안 검색대까지 허걱하고 가서 찾아 오니 그 지갑 오래 오래 갈 거다. 잠시 놀랠 일 생겨도 안 놀래는 훈련을 우리가 해야하나 보다. 이런게 모두 타산지석이다.
(이번 여행에서 한 일)
1. 중국 운남성 여강에서 함께 트레킹하고 함께옥룡산에 가고 함께 인상쇼 보았다.
2. 함께 먹고 마시고 함께 노래부르고 같이 잤다.
3. 날자 확인 틀리고, 떨구고, 헛 챙기고, 잃어버리고 하면서
여러가지 타산지석을 생산하며 웃을 수 있었다. 그러나 제일 크게 사고 친 것은 잃어버리는 것이다.
본인이다. 다시 사과하며 이 글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