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산행기 ( 228회 )
이 성 희
독은 獨일까 禿일까. 아니면 질항아리일까. 알 수 없다. 그러나 독바위역은 간이역처럼 작고 웅숭깊다. 출구로 나오는 길은 계단을 여러 번 거쳐야 한다.
10시를
전후한 시각,
좁디좁은
로비에 우리 同門들이
속속 모여든다.
지난
달 용문산행에 이어 이 달에도 매화당원들이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예상
외로 盛況(!)이다.
진짜
영애와 남의 영애,
(그리고
박회장님의 나의 영애를 포함)까지
무려 30명이다.
初行길이라서
지하철을 타고 빙빙 돌다가 뒤처진 박상규 회장을 위해 정만호 동문을 남겨놓고 모두 출발한다
가을 秋에 놀라 달아난 줄 알았던 濕度란 놈이 다시 돌아왔는지 대기가 후텁지근하다.
자주 다니던 길, 익숙한 들머리로 접어드니 며칠 전 비에 불어난 물이 제법 소리 내어 흐른다. 그 소리는 언제 들어도 정겹다. 마음이 차분히 갈아 앉는다.
驛
앞마당이
웬 일로 성수기에 비해 헐렁하다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계곡의 바위아래 나무그늘마다 사람들로 빼곡하다.
모두들
여름의 끝자락이 못내 아쉬운 것 같다.
우리도
쉬엄쉬엄 걷는다.
가다가
힘들면 앉았다 가고
향로봉과 족두리봉의 사이, 고갯마루를 넘는다. 저 아래로부터 한 줄기 바람이 불어온다. 바람은 골바람만큼 시원한 것이 없다. 잎을 떨치는 것, 모습을 잃어 소리로만 사는 것, 물은 낮은 데로 흐르지만 바람은 定處가 없다. 어디로 왔다가 어디로 가는 것인가 물어도 대답이 없고, 서늘한 감각만을 남긴 채 홀연히 사라진다. 어느 날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는 남자는 여자에게 <나뭇잎새가 바람에 흔들리면 거기 내가 온 줄 알라>고 말했다던가.
下山길에 송인식 동문의 哲學 강의를 실컷 들었다. 역시 철학은 凡人에게는 어렵기만하다. 인생이 무엇인가 또는 행복이 무엇인가를 염두에 두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제법 높은 산에 올라 몇 개의 봉우리를 힘겹게 넘어 와서 뒤를 돌아보면서 (내가 저렇게 험한 길을 걸어왔단 말인가)하고 스스로 놀랐던 일이 있는데. 산다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닐까. 삶의 어려운 고비를 스스로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극복하고 새삼 뒤돌아보는 일....
큰길가로
나와 20여
분을 걸어 양고기집에 도착한다.
작은
식당 안에 우리 일행이 자리하니 그야말로 발 디딜 틈도 없이 꽉 찬다.
평소
자주 맛볼 수 없는 양갈비구이.
오늘의
특별메뉴란다.
고기
굽는 냄새와 친구들의 고함치는 듯한 말소리가 뒤섞여 정신까지 혼미해질 지경이다
식사가 끝나니 예의 우리 同期會長님의 커피서비스가 기다리고 있다. 바로 앞에 있는 NC백화점 coffee shop. 오늘도 충실히 약속을 지켜 맛난 커피와 케이크까지 포식하고. 오늘 하루와도 작별을 告한다.
강기종 남득현 김윤종 정기봉 이명원 이종건 노준용 정만호 박효범 박상규 이 재상 심항섭 변병관 이상훈 장용웅 허창회 송인식 민일홍 김정차 김두경 권 영직
정숙자 전행선 정영숙 박미자 남영애 진영애 이석영 김양자 이성희
웅숭깊다, 고갯마루, 바람의 정체 등 평소 익숙치 않았던 정겨운 단어들을 접하게 되는 깔끔한
산행기 잘 읽고 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