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독서클럽에 가입하고 첫 지정 서적을 읽었다.
오그 만디노가 저자인 <아카바의 선물>인데, 오래전 중동 어느 지역 (아마도 다마스커스에서
가까운 곳)에 살고 있던 하피드(당시 그 지역 최대의 갑부이자 거상)와 그의 가장 가까운
재산관리인 에라스무스와의 대화로 시작된다.
하피드는 이 땅에서의 삶을 정리하는 준비를 하면서 에라스무스로 하여금 자신의 비즈니스의
여러 대리점들의 소유권을 책임자들에게 모두 넘겨 주고 상당한 금전도 덤으로 주게 한다.
그 임무를 다 수행한 에라스무스에게 “자네는 만약에 우리 사업이 실패했을 경우를 대비해
자네 장래 문제를 생각해 본 적은 없는가?”
“저는 주인 어른과 오랫동안 같이 사업을 해 왔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제 와서 어떻게 제
자신만을 생각할 수 있겠습니까?”
에라스무스를 늘 친구처럼 대하는 하피드가 말한다. “이젠 그러지 않아도 돼. 즉시 자네
앞으로 금 5만 달란트를 해놓게. 이건 명령이네. 그리고 내 마음 속에 남아 있는 약속이
이뤄질 때까지 나와 함께 있어 주길 부탁하네. 그 약속이 이뤄지면 나는 자네에게 이 저택과
창고를 물려 주겠네. 그러면 나는 마음 편히 리자(먼저 간 부인)와 만날 준비를 할 수 있을
거야.”
하피드는 평소에도 꾸준히 자신이 벌어 들인 이익의 절반을 불우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고
그런 자신의 철칙(약속)을 승계할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는 과제가 남아 있으며 그의 충실한
관리인 에라스무스를 통하여 마지막 이 땅에서의 그 과업을 이루고저 하는 것이다.
즉, 하피드의 마음 속에 남아 있는 약속은 그의 성공비결을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사람에게
전수하는 것이다. 그 성공비결은 보물상자안에 열개의 두루마리로 포장되어 보관되어
있었고, 나중 그 성공비법의 승계자를 찾은 하피드는 그것을 하나하나 풀어 가며 독자들에게
그 선물의 내용과 방법을 공개하고 있다.
최근 나의 한 친구는 그의 마음 속의 약속에 대해 들려 주었다. 그는 그의 비즈니스와 체킹
어카운트를 자기 직원에게 모두 물려줄 준비를 마쳤다는 것이다. 변호사를 통하여 유산상속
절차를 끝내고 카운티에 등록도 마쳤다고 한다.
그 자신은 늘 검소한 생활을 하여 일본차를 20만 마일 넘게 타고 다니다가 최근 소형
국산차로 바꾸면서 기뻐하였던 그가 자신의 자산에 대해 얘기 했을 때, 가까운 친구이면서도
잘 몰랐던 나는 좀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단지 요사이 그의 서적이 한국에서 베스트 셀러
행진을 하고 있고 그의 자연생약제의 인터넷 비즈니스가 성황이라는 정도만 알았을 뿐이었다.
이 서적들의 판권과 인지대도 물론 상속에 들어 간다고 한다. 좀 충격을 받은 나에게 그는
계속 말했다. “단, 직원에게 한가지 부탁을 했지. 즉, 내가 지금까지 밤잠을 아껴가며
연구하고 알려 왔던 ‘사람 살리는’ 지식을 계승하고 발전시켜 주길 바라는 것이야.
그래서 (이 방면의) 전문대학에 등록하도록 했어. “
즉 그는 물질 뿐 아니라 지적 자산, 그리고 사람살리기 정신도 유산으로 넘겨주는 것이다.
그럼, 그 다음 너는 뭘 할건데 하고 나는 가까운 친구들 사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좀
빈정거리는 어투로 궁금하여 물었다. 사실 우리는(최소한 그에게는) 소위 칠순이
다음해이지만 아직 쉬기에는 너무 젊은 나이들이다.
“난 계속 공부할거야. (실제로 모든 것을 직원에게 이양한 후에도 그는 아직도 새벽 2시까지
공부하고 있다) - 그리고 책도 더 쓰고 보완할 것도 많아. 또 이제 각 나라의 사람들에게
이것을 알려 줘야 하겠어. 방대한 작업이긴 하지만 먼저 영어로 번역을 하고 그리고
또 다른 언어로… 천삼백여 페이지나 되는 자연의학 책을 번역하고 있는데 혼자 하다가는 2년
이상 걸릴 것 같아 전문 번역사를 두기로 했지.”
여러번 번역사를 바꾸어 가며 난항중이었는데 최근 제대로 된 번역사를 만났다고 한다.
그는 내가 아는 친구들 중 참으로 괴짜인 친구이다. 서울의대 교수이셨던 부친의 사상의학자가
되라는 유언을 마다하고 서울미대에 들어간 그는 새총으로 새의 깃털만 맞추는 믿기 어려운
손재주를 가졌고, 그의 스케치화는 사실정물화 보다 정교하여 항상 그 그림의 대상 안에는
생명이 있음을 느낀다. 나의 다른 친구의 묘비에 그의 생전의 걷는 모습을 그려 넣어 그
동일한 모습에 모두 감탄하기도 했다. 그가 미국에 와서 한의대를 다니며 곧 같은 대학에서
교수가 되고 자연의학을 임상하다가 드디어 방대한 자연의학 책을 완성하게 된 것이다.
나의 친구들과 친지들에게 그가 조제한 여러 생약제들을 권유하여 쾌유한 사례도 많이 있었다.
그의 웹사이트에 어떤 양의사가 이런 댓글을 올린 것을 보았다. “당신의 치료법은 양의사보다
더 낫군요.”
이제 그에겐 다른 하나의 꿈이 있다. 이 세상에서 억압받고 있는 억울한 사람들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리는 것이다. 나는 이것이 앞으로 그의 마지막 본업, 또 다른 ‘사람 살리는’
과업이 될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그림들의 전시장에는 그림과 걸맞는 음향효과도 나오게 하여
말발굽 소리와 그 밑에 깔린 사람들의 비명과 신음소리도 들리며…
아마도 악한 바이러스에 신음하는 사람들에 대한 동정과 그리움이 그를 떠나지 못하는
모양이다.
2014년 3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