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청계산 시산제 (222회)
이 성 희
2012년 4월, 200회를 끝으로 중단했던 산행기를 50주년을 계기로 다시 올리기로 하였습니다. 지금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이라면 어폐가 있을까요? 그저 기록을 남긴다는 단순한 의미일 수도 있습니다. 언제까지 계속될 지 알 수 없지만 힘 있는 날까지 이어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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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아침은 쌀쌀하다.
그러나 <청계산 입구> 역에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날씨는 온화하나 약간의 미세먼지가 발생한다 하니 신경이 쓰인다.
언제부턴가 중국발 미세먼지는 사람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마음을 답답하게 만들고 있다.
오늘은 늘 보던 山 初入의 모습에서 조금은 활기를 잃은 듯한 느낌을 받는다.
아직 땅이 덜 녹아 예상처럼 질척거리지 않아 다행이다.
10시 15분쯤 출발하여 헬기장 찍고 두어 시간 만에 始山祭 장소에 도착한다.
참가 인원 중 절반은 산행을 하고 나머지는 곧바로 왔다. 직행하는 친구들이 자꾸 늘어난다.
멀리 아산에서 어렵사리 올라온 류진희는 민병훈과 같이 내려오다가 길을 잘못 들어 만경봉까지 갈 뻔 했단다.

오랜만에 만나 이야기에 열중하면서 앞사람의 신발만 보고 걸어간 탓에 의도하지 않은 긴 산행을 한 셈이다.
관현사쪽은 비교적 한적하다. 길이 제대로 정비가 되지 않아서인가. 인적이 끊어진 주변이 갑자기 태풍의 눈처럼 사방이 寂寥해진다. 스스로의 발소리만 그 정적을 흩뜨릴 뿐.
스틱 끝으로 낙엽을 헤치니 몇 포기 냉이가 연초록 얼굴을 갸웃이 내밀고 있다.
소리없이 흐르는 작은 웅덩이에 맑은 물방울이 떨어져내려 여인의 치마주름같은 부드러운 물결을 만들어내며 끊임없이 퍼져나간다. 四圍는 정물처럼 고요한데 아름다운 波紋만이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지금 大地는 어둡고 칙칙하나 저 검은 땅 밑에서는 작은 생명체들이 치열하게 자신의 삶의 싹을 틔울 준비를 하고 있을 터이다. 사람이 흙을 밟고 살아야 하는 연유도 또한 그러할 것이다.
이제 한겹 寒氣를 벗고 나면 산은 싱그러운 봄기운으로 가득찰 것이다.
우리가 그리 조급히 기다리지 않아도.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祭文낭독이다.
이재상 동문 특유의 볼륨있는 목소리는 座中을 압도한다.

유세차ㅡㅡ하는 소리에 두런거리던 소리들이 잦아들고 숙연해진다. 高低長短, 가락에 맞춰 흐르는 물처럼 멀리 퍼진다. 산신령님께 온갖 부탁을 다 드리고 급기야는 저 멀리 운남성 신령님까지 불러들이는 기염을 토하는 바람에 웃음이 빵 터진다. 바다건너 신령님들이 <이뭣고?>하지 않았을까?
모두들
술을 한잔씩 붓고 절을 한 후 산악인의 盟誓를
이상훈 동문이 낭독한 후 山祭를
마무리한다.

정기봉 정만호 민병훈 장용웅 남득현 강기종 이상훈 변병관 이재상 이명원 민일홍 박상규 노준용 송인식 임승빈 김용호 주현길 정진구 황정환 박효범 한동건 권영직 권태하 신해순 심항섭 김광현 박찬홍 천주훈 이종건 조동환 김윤종 주환중
정숙자 맹혜열 전행선 류진희 박미자 김양자 유정숙 남영애 박정애 강인자
김풍자
이성희
별첨
동문들의 요청이 있어 祭文 全文을 올립니다. 이재상 동문의 유장한 목소리를 떠올리며 現場感을 살려보기 바랍니다.
維歲次!!!
檀紀 四阡三百四十七年 甲午年 壹月 貳拾四日 乙丑日인 오늘, 어제 甲子日에 이어 새로 시작하는 날이옵니다.
甲은 木이요 木은 東方이며 靑色을 나타냄이니 이는 푸른 말 또는 동쪽에서 오는 말이거늘, 바로 푸른 희망과 瑞氣가 듬뿍 어리는 상서로운 해로 알고 있습니다.
여기에 서울 師大附高 제16회 登山會 會員 일동은 萬山의 山神靈님들과 淸溪山 山神靈님께 삼가 무릎을 꿇고 고하나이다. 山神靈님들께서 평소에 보살펴주신 커다란 恩德으로 지난 해에도 無脫하게 산행을 잘 하였습니다. 靑馬의 해라는 올 甲午年에도 無事하게 산행을 잘 할 수 있도록 萬山을 領導하시는 신령님들, 특히나 금년엔 중국 운남성 산신령님들도 함께 살갑게 보살펴 주시옵소서. 俗世에 시달린 몸과 마음을 大自然 속에서 修身과 洗心을 하여 正義롭고 건전한 정신으로 家庭이나 社會, 國家, 世界 모든 곳에서 맑고 밝은 빛이 되어 화합하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도록 하여 주시옵소서. 바라고 또 바라옵나이다.
天地間의 모든 生肉들은 저마다에 그 아름다운 뜻이 있을 지니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 나무 한 그루라도 함부로 하지 않으며 그 터전을 破壞하거나 더럽히지도 않겠으며 그 귀여운 박새 한 마리, 다람쥐 한 마리와도 벗하며 생명을 존중하겠습니다. 醜한 것은 덮어주고 아름다운 것은 그윽한 마음으로 즐기면서 산행을 하는 “山을 닮으며 좋은 사람들”이 되고 싶사옵니다. 오늘 저희가 준비한 술과 飮食은 비록 적고 보잘 것이 없지만 이는 저희의 精誠이오니 어여삐 여기시고 즐겁게 거두어주시옵소서. 이제 올리는 이 술 한 잔을 기꺼이 받으시고, 올 한 해도 우리의 산행길을 널리 굽어 살펴 주시옵소서. 그리고 神靈님들의 壽福康寧을 아울러 비는 마음을 包含하여 절과 함께 한 巡杯 크게 올리겠나이다.
檀紀 四千三百四拾七年 甲午年 壹月貳拾四日 洋으로 貳月貳拾參日, 乙丑日, 合掌.
서울 師大附高 第16會 登山會 會員 一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