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일보] CEO칼럼 2014-02-12(수)
위대한 장군
박대통령 지지했지만 유신헌법은 반대했고
신념과 의리 구별할 줄 알았던 채명신 장군
냉철했짐반 사병과 함께하려는 인간미 지녀
동서 고금을 아울러 타인을 칭찬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동시대 사람들끼리는 그 평가가 더욱 인색하다. 서로의 허물을 들추어 싸잡아 비난하기 일쑤이다.
국회 청문회를 보면 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질 자격이나 있는지 궁금하다.
인간은 자신의 인품과 행동에 따라 공과 과를 나누지만 일반적으로 나쁜 평판으로 도배질된다.
모택동은 등소평에게 ‘공7, 과3’으로 평가될 만큼 상당한 과실에도 불구하고 중국인들은 국부로서 그를 추앙하고 있지 않은가.
예수도 그 시대에는 작은 고을의 보잘 것 없는 목수라는 필부의 집나간 얼빠진 아이에 지나지 않았지만 2000년 이상 신으로서,
성인으로서 존경받고 있듯이 나는 누가 뭐라든 채명신을 위대한 장군이라고 추천하고 싶다.
그는 확고한 인생관을 가진 신념의 소유자였다.
항일운동가이었던 아버지와 어머니의 신앙 안에서 올바른 길을 갈 줄 아는 확실한 국가관을 가지고 있었다. 해방후 북한에서 사회주의가 종교를 말살하면서 정말 인민을 잘 살게 할 수 있는가, 그리고 계급없는 평등사회가 가능한가라는 회의를 느끼며 함께 일해 보자는 김일성의 회유를 뿌리치고 남하했다.
국군장교가 되어 사선을 넘나들며 게릴라부대를 지휘하였으며,
논산 훈련소 참모장으로서 당시 만연했던 부정·부패를 척결, 올바른 기강을 확립했다.
자신의 국가관에 대한 신념과 개인간의 의리를 구별할 줄 알았다.
5·16혁명당시 박정희 대통령을 지지, 국가재건회의 요인이 되었으나 정치보다는 군인으로 남길 원했다.
대통령의 설득에도 유신헌법을 끝까지 반대했고 ‘정치라는 것은 국민과의 약속이며 이는 지도자의 생명’이라고 갈파하는 등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소신을 피력했다.
어떤 사소한 흐름에도 흔들리지 않는 국가의 근본기강이 최우선이었기에 사적인 의리를 뿌리칠수 밖에 없었다.
입지가 바뀌었다고 오락가락하고, 자기에게 유리하다면 소신도 없이 맹목적으로 따르거나 또는 대안도 없이 무조건 반대만 하는 소인배들의 광대놀음에 빠진 오늘 날 정치판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또 냉철했지만 인간미가 있었다.
유격대인 백골병단을 이끌고 적후방에 침투해 적을 섬멸하였으며 김일성의 오른팔이었던 대남유격부대 총사령관 길원팔을 생포했다.
귀순을 권유했으나 끝끝내 거부하는 적장에게 탄알을 한 발 건네주며 스스로 명예롭게 자결할 수 있도록 하였고 최후의 부탁인 전쟁고아를 자신의 호적에 입적시켜 동생으로 키워 대학교수가 되게 하였지만 누구에게도 부담이 가지 않도록 죽을때까지 비밀로 하였다고 한다.
이념을 떠나 남북화해의 귀감이 될 수 있는 인간애라고 생각된다.
파월국군사령관으로 재직하면서는 국가경제개발에 초석이 된 자금조달과 자원을 확보했다.
월남참전으로 반공을 국시로 하는 국가명분을 세웠고 미군 철수를 잠재우면서 파월국군 통수권을 확보해 일부 좌익 종북세력의 ‘용병’이라는 주장을 일축했다.
8년간 31만2000명이 파병되었고 이중 약 5000명의 장병이 목숨을 잃었다.
그들의 희생과 땀이 지금의 우리가 있게 된 거름이 되었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베트콩 사령부는 한국군의 용맹에 놀라 100% 승리의 확신이 없이는 한국군과 교전을 피하라는 전령을 시달했다.
채장군의 물(양민)과 고기(게릴라)를 분리하는 작전과 베트콩을 놓쳐도 양민을 구해야 한다는 전술과 마을수색 때는 마을촌장에게 먼저 인사하고 예의를 갖추었고 야간작전중 주민은 절대 움직이지 말라고 당부하며 민간피해를 최소화한 결과로 현지인들의 한국인에 대한 평판은 나쁘지만은 아닌 것 같다.
이렇듯 주월사령관으로 재직하면서도 부정을 몰랐고 오직 군인으로서 사병과 함께한 장군은 죽어서도 사병묘에 안장되었다.
평소 말해온대로 전공은 부하들의 희생 위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안중근 의사의 위국헌신을 실현했다.
군인으로서 국가의 대의에 충실하여 전우들과 생사고락을 함께하고 죽어서도 영생을 나눈 그대야 말로 위대한 장군 채명신이라고 외치고 싶다.
부디 한국사에 귀감이 되기를 빈다. 사회에서도 군에서도 위대한 소영웅이 많이 있었기에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
모든 분들게 감사드리며 삼가 명복을 빈다.
조현오 울산시티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