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제라불>영화감상 후
날은 흐리고 진눈이 내린다.
수직으로 사선으로 바람타고 잘게 나뉜 눈이 내린다.
내 마음속이 맑아져 있는 지금은 눈이 내리는 것 하나만으로도 온몸이 악기이듯 눈의 정경을 노래한다.
말 수 적은 한 知人이 두 번 보라면 또 보고 싶은 영화라며 <레미제라불>을 추천한다. 그 내용은 이미 세계적인 명작소설로 읽혀지고 있고 또 몇 해전에도 상영된 작품이 아닌가?
그런데 이번에는 톰 후퍼 감독이 노래극 형식으로 풀어 낸 영화다. 앤 해서웨이가 미혼모 코제트 엄마 '판틴'역이고 휴 잭맨이 '나는 누구인가?'를 가슴을 저미듯 독백하는 쟝발쟝으로 나온다.
1820년대의 프랑스 시민들의 가난과 불평등의 고통과 절망을 검은색으로,自尊의 이유와 정의로운 분노의 피를 붉은색으로 상징하며 빅톨 위고의 大作을 여러의미로 변환시킨다.
영화는 시종 쉽고도 아프게 아름답게 엮어간다.
장미빛 인생을 꿈꾸었던 판틴은 눈물어린 눈으로 그동안 겪은 인생의 노래를 부른다.
불장난 같은 사랑에 눈멀어 모두 날아가버린 꿈을.
질투에 찬 동료들의 모함으로 억울함과 그 이후의 비참함을.
어린 딸 코제트의 양육비를 얻기 위해 가장 밑바닥 자리인 쓰레기 같은 침상에서 눈물로 탄식하는 노래 대사는 한마디 한마디 가슴속으로 파고 들어온다.
<레미제라불>
이 단어는 '비참함'이 아닌가.
비참의 대표인생 쟝발쟝이 양딸 코제트를 위해 무릎 꿇어 기도하는 기도내용은 참으로 깊은 울림을 주며 눈물을 한없이 흘리게 한다. 사랑이라는 낱말을 실체화 하며 움직임으로 보여주는 쟝발쟝의 고결함이 이 영화를 최상의 예술로 이끌어 간다.
추한 욕망도 비천함도 이유없는 비난도 자비도 용서도 법이 가지고 있는 모순 마저도 최고의 법인 사랑안에서 因果를 낳아가며 끝내는 아름다움에 가 닿는다.
한 수도자가 배신의 현장에서 신의 은총과 영혼의 고귀함을 알려준 시작이 아, 얼마나 생명력 있는 사랑의 줄기로 벋어가는가!
나는 손수건을 준비했으므로 눈물을 줄곳 닦아냈지만 청바지에 흰머리의 어떤 남자분은 안경을 들썩거리며 흑흑 흐느끼고 눈물을 손으로 닦느라 애쓰는 걸 보았다.
대한민국의 훌륭한 감독님들 못지 않게 수준있는 톰 후퍼 감독과 수고한 영화인 모두에게 찬사와 존경의 마음을 보내며 객석에서 마지막으로 일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