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 산행을 위하여 미금역에서 분당선 지하철을 탄다. 복정역에서 내려 8호선으로 갈아타고, 가락역에서 내려 3호선을 타고, 오금역에서 내려 5호선을 갈아타며 김윤종이와 이석영이를 만나 개롱역을 지난다. 개롱역! 이름이 특이하지? 임경업 장군이 근처에서 고리궤짝을 주워 열어보니 투구와 갑옷이 나왔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설명을 하면서 이석영에게 산행기 쓸걸 부탁하니, 그러면 앞으로 산행에 나오지 않겠노라고 겁을 주는 바람에 더 이상 산행기 부탁 엄두도 내지 못한다.
목적지 마천역에 도착한다. 임경업 장군이 백마를 얻어 이 곳에서 물을 먹인 곳이라고 한다. 아무리 가뭄이 와도 물이 계속 나오는 곳이란다나.
아니? 두 정거장씩이나 임경업 장군 이름이 관계가 되는 이유가 뭘까? 임경업 장군이 무당들의 수호신이라고 하는데, 아니? 웬 왜 무당들의 수호신?
明나라에 대한 의리와 명분을 내세우며 反淸을 표명하여 민중의 지지를 받다가 결국 옥사하였기 때문이라고 전언되는데, 청에게 짓밟히던 병자호란 당시의 어려웠던 세태를 반영하는 것 같다. 사실 냉정히 따지고 보면, 대내외적 정세에 밝지 못한 일면이 있는건데... 지금이나 옛날이나 감정이 이성을 압도하는 것 같다.
어쨋건, 추위와 굶주림을 참아가며 싸웠던 당시 조상들의 뼈 아픈 추억이 서려 있던 곳들이다.
박효범 회장과 정기봉 회장이 오는 친구들의 명단을 체크하고 있었고, 그 옆에는 오래간만에 김상건과 위광우가 나와 있었다. 일산에서 근 2시간이나 걸려 우무일이 나왔고, 그 옆에 김정차, 민일홍, 송인식, 남득현이가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1번 출구로 나오니 이성희와 한명희가 일찌감치 나와 있었고, 바로 그 뒷 차로 이향숙, 권영직, 변병관, 장용웅, 주환중, 박찬홍이가 나온다. 그리고 맨 뒷 차로 항상 빨리 오던 강기종이가 나타나 남자 18명, 여자 3명, 모두 21명이 성불사 앞 길로 하여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얼마를 오르다 보니 너무 많은 등산객들로 몸살을 앓고 있는 산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계단이 만들어져 있었다. 나무야? 플라스틱이야? 진짜가 짝퉁같고, 짝퉁이 진짜같은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들이다. 없던 계단을 밟고 오르다 보니, 이 곳에 왔던지가 오래 되었음을 알게 된다. 우리 동기들이 이 곳을 지난지가 2008년 2월에 시산제 할 때였으니, 벌써 거의 3 년이 다 되어간다.
검은 구름이 낮게 드리워진 어두 컴컴한 날씨에 얼마 남지 않은 낙엽마져 바람에 흩 날린다. 빗 방울까지 살짝 살짝 뿌리는 전형적인 늦 가을의 음산한 날씨이다. 이런 날씨엔 따듯한 방 바닥에 이리 딩굴 저리 딩굴 하면서 재미난 책이나 들척이기 딱 좋은 날씨인데.... 혹시 오늘 빠진 친구들이 그런거 아닐까? 그래도 뱃속 기름끼 뺄려면 그런 유혹은 뿌리치는게 좋을턴데...
21명이 완전히 세 갈래로 나뉘어진다. 서문 옆 암문으로 선두 팀은 이미 빠져 나갔고, 뒷 팀은 한참을 기다려도 올 기미가 보이질 않아 그대로 내려 가자니 저 앞에서 이태동이가 반갑게 맞이해 주고 또 황정환 얼굴이 보인다. 식당 은행나무 집 앞에는 박미자 부회장 얼굴도 보인다.
모두들, 그러니까 24명의 식구가 한 자리에 모여앉아 만두 전골로 점심식사를 하면서 막걸리를 높이 처들고 박효범 회장의 “변사또” 라는 구호에 맞추어 변하지 않는 사람들이 사랑으로 또 만났음을 확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