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들은 이야기일지 모르겠습니다.
60대 중반의, 아마 우리 나이 정도의 부부가 변호사를 찾아 갔답니다. 이혼서류를 작성하고 서로 싸인을 하고 난다음, 두사람을 평소에 잘알고 지내오던 담당 변호사가 이 부부를 점심에 초대했습니다. 이제 이 두사람이 서로 만날 기회도 드물 것이고 일단은 마지막 자리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였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라고 하기에는 아직 젊어 보이는)는 음식을 주문한 후 서로 할 말이 없어 눈길을 피해가며 딴 전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서로 이렇게 마주 앉아 외식을 하는 것이 얼마만인지 모르겠습니다.
마주 앉은 사람들 치고는 너무 어색하였습니다. 서로 빨리 이 순간이 지나갔으면 하였습니다. 남자의 치킨이 먼저 테이블에 올려졌습니다. 여자가 주문한 것은 왠지 시간이 오래 걸리었습니다. 그래서 분위기는 더욱 어색해졌습니다. 남자는 무료한 시간이 견디기 힘들어 치킨의 날개 부분을 도려내어 여자의 접시에 던지다싶이 건네 주었습니다. 접시를 내려다 보고 있던 여자는 처음으로 남자의 눈을 응시하며 소리질렀습니다. “아니, 사십년동안이나 같이 살아왔으면서 내가 닭의 어느 부위를 좋아하는 지도 모른단말야! 나는 다리를 좋아한단말야! 평생 이런 식이었어. 지 먹고 싶은 것만 알고.” 남자는 혼자 중얼거렸습니다. “먹기 싫으면 그만 두지 왜 잔소리야 잔소리긴.”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내가 정말로 마누라가 닭고기의 어느 부위를 좋아하는지도 몰랐었구나’하는 생각이 드니 멀쓱해졌습니다. 오늘, 사십주년 결혼 기념일을 바로 눈앞에 두고 이혼합의서에 서명을 한 그 오늘에서야 알았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이 여자에 대해 모르는 다른 것들이 무척 많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음식을 먹는둥 마는둥 두 사람은 시큰둥하여 자리를 떴습니다. 여자는 생각했습니다. ‘이젠 죽어도 안볼꺼야. 너무 잘된거야. 이젠 싸울 일도 없고 정말로 편안히, 나하고 싶은 것하며 살 수 있겠지.’ 그렇게 헤어졌습니다.
그저 아무 생각없이 멍청히 운전을 하고 집에 돌아온 남자에게 알 수없는 외로움이 몰려왔습니다. 처음으로 느껴지는 공포와 고독이었습니다. 가슴에 통증이 오고 목구멍이 막혀오는 위기감을 느끼었습니다. 그리고 부인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해보았습니다. 남편의 전화인 것을 아는지라 받지를 않았습니다. 다급해진 남편은 계속 전화를 하였습니다. 부인은 아예 전화기를 꺼버렸습니다. 남편은 안타깝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려고 안간힘을 다썼습니다.
그날 저녁 남편의 사망 소식을 듣고 부인은 그 사람이 사는 집으로 허둥지둥 달려갔습니다. 남편은 손에 핸드폰을 꼭 쥐고 아직도 눈물자국이 있는 채로 눈을 감고 있었습니다. 남편의 손을 피고 핸드폰을 열어보니 열번이나 넘게 자기의 번호가 찍혀 있음을 보았습니다. 아, 그리고 문자 메시지도 보낸 기록이 있었습니다. 시간을 보니 불과 두어시간 전이었습니다. “여보, 미안해, 사랑해, 용서해줘.”
사랑인 줄 몰랐었나봐 ㅠ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