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스무닷새날 새벽 비 듣는 소리에 잠을 깨어보니 창밖에는 봄비가 내리고 있다. 지난해 여름 양수리 인근 목왕리 산아래 양지마을로 이사를 하는 바람에 근 일년간 등산회에 나가지를 못하였다. 등산장비랄 것도 없이 우비와 배낭만 챙겨 차에 싣고 양수대교를 달리다보니 비내리는 수면에 안개가 자욱하다. 오금동 아들집에 주차한 후, 집에 들러 등산화를 찾아 신고 나서니 시간이 촉박하여 택시를 타야 겨우 시간에 댈 수 있을 것 같다. 11개월만에 동창들을 만나는 기회인데 지각을 하기가 싫었다. 10시4분전 청계산입구에 겨우 내리니 등산복을 입은 사람이라곤 정자나무밑에 두사람, 청계산입구 굴다리밑에 두사람 밖에 보이지 않는다. 도무지 한적하여 평소 청계산입구풍경과는 다르다. 혹시 약속장소가 다른 곳인가 싶어 상훈이에게 전화를 거니 정자나무건너편 화장실 뒤편에 모두 모여있다는 것이다.
신묘년에 새로 등산회장이 된 효범이가 우중에 마중을 나와주어 반갑게 인사를 하니 우선 수석부회장인 박미자 동기에게 인사를 하란다. 수석부회장이 먼저 악수를 청하여 인사를 나누는 자리에서 군승표 양갱 2개(김군승동기 증정)를 건네 받아들고 빙빙돌아 30여 명의 동기들과 일일이 손을 잡고 인사를 나누고 나니 꽤 시간이 흘렀다.
우중 시산제는 이번이 처음이란다. 물론 2004년(등산회장:정태영) 검단산에서 시산제를 지낼 때에도 엄청 춥고 심한 바람과 비는 왔지만, 퍼붓던 비가 시산제를 시작하면서 그쳤다고들 한다. 그 때 동건이가 찍은 사진을 보면 모두들 오늘처럼 우비를 입거나 판초를 뒤집어 쓰고 있다.(홈페이지 앨범 일반행사 33,34,35페이지참조)
시산제에서 으뜸은 역시 참여도인데 비바람으로 인적이 끊어지다시피하고 질척질척한 청계산자락에 예순일곱살씩이나 먹은 동기들이 39명씩이나 참집한 것은 뉴스에 나올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동기들 면면을 살펴보면 다 나 가 순으로 황정환동기, 진영애동기. 주환중동기, 주현길동기, 정채영동기, 정진구동기, 정영경동기, 정숙자동기, 정기봉(신묘년 등산회 부회장)동기. 장용웅(16회 동기회장)동기, 임승빈동기, 이향숙동기, 이태동동기, 이재상동기, 이영식동기, 이성희동기, 이상훈동기, 우무일동기, 심항섭동기, 신해순동기, 송인식동기, 변병관동기, 박효범(신묘년 등산회 회장)동기, 박정애동기, 박상규동기, 박미자(신묘년 등산회 수석부회장)동기, 민병훈동기, 민일홍동기, 문신효동기, 노준용동기, 남영애동기, 남득현동기, 김풍자동기, 김윤종동기, 김영길동기, 김양자동기, 권영직동기, 강인자동기, 강기종동기가 추위속에서 비바람을 맞으며 정성스러운 부고16회 등산회 시산제에 참례하였다, 물론 이 외에도 부득이한 사정이 생겨 참여치 못하고, 성금을 보내온 동기들, 시산제용 특주를 고향마을에서 특별히 주문하여 보낸 이원구동기들이 있어 못해도 45명 이상의 동기들이 올해 시산제에 참여한 셈이다.
여기 이재상동기가 淸心으로 축수한 시산제 祭文을 올리지 않을 수 없다.
“維歲次
단기 4344년 신묘년 정월 이십오일
오늘 서울 사대부고 제16회 등산회 회원 일동은
만산의 산신령님들과 청계산 산신령님께 삼가 무릎 꿇고 고하나이다.
산신령께서 평소에 보살펴주신 은덕으로
지난해에도 무탈하게 산행을 잘 하였습니다.
금년 신묘년에도 무사하게 산행을 잘 할 수 있도록
만산을 영도하시는 신령님께서 보살펴 주옵소서.
속세에 시달린 몸과 마음을 대자연 속에서 修身과 修心을 하여
정의롭고 건전한 정신으로 가정생활이나 직장생활, 사회생활,
모든 곳에서 밝은 빛이 되어 화합하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도록
하게 하여 주옵소서.
바라고 또 바라옵니다.
천지간의 모든 생육들은 저마다에 그 아름다운 뜻이 있을지니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 나무 한 그루라도 함부로 하지 않으며
그 터전을 파괴하거나 더럽히지도 않으며
새 한 마리, 다람쥐 한 마리와도 벗하며 특히나 다산 다복한 토끼,
깡충 깡충 산토끼와 더불어 친히 지내고
추한 것은 덮어주고 아름다운 것은 그윽한 미음으로 즐기면서
산행을 하는 “산을 닮아 좋은 사람들”이 되고 싶사옵니다.
오늘 저희가 준비한 술과 음식은 비록 적고 보잘 것 없지마는
이는 저희의 정성이오니 어여삐 여기시고 즐거이 받아 거두어 주시옵소서.
이제 올리는 이 술 한잔을 기꺼이 받으시고,
올 한 해에도 우리의 산행길을 널리 굽어 살펴 주시옵소서.
절과 함께 한 巡杯 크게 올리겠나이다.
단기 4344년 신묘년 정월 이십오 계축일
서울 師大附高 第16回 登山會 會員 一同“
신임 회장단을 필두로 제주를 올리고, 일동이 다 헌수를 마친 후 음복을 하는데, 이번 등산회 회장단에서 준비한 각종 전과 고기들이 너무 맛깔스럽고, 정이 듬뿍 들어가 날씨만 좋았으면 식당예약시간을 뒤로 뒤로 미루고 청계산 골짜기가 다 떠나가도록 큰 잔치를 벌릴 수도 있었을 것 같았다.
식당에 당도하여 넓게 자리를 잡아 정좌한 뒤에 등산회장 박효범동기가 제안하여 “통”, “통”, “통“ 을 외치며 건배하고, 전임 회장과 부회장에게 기념품을 전달하는 시간을 가졌다.
신묘년에 모든 회원들과 각 가정의 운수대통, 만사형통, 의사소통을 기리자는 뜻이라고 한다.
춥고 비가 내리는 가운데 안개까지 낀 바람부는 청계산을 힘들이지 않고 참여회원 모두가 씽씽 오르는 힘찬 모습을 보여준 오늘의 시산제는 모두에게 큰 기쁨과 자신감을 안겨준 하루였다.
이번 산행기를 기록하면서 비오는 날의 시산제를 더듬어 2004년도의 기록사진들을 보게 되었는데, 그날의 검단산 사진에서 우리들의 정겹던 친구들 김동인, 김수관, 박영준의 얼굴을 만나본다.
정녕 이 비는 행운 인가? 축복 인가? 정답:둘~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