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이나 늦게 지각을 하여 미안한 마음으로 헐레벌떡 동국대 역 개찰구에 나가보니 금년부터 부회장을 맡은 박미자가 양갱이부터 준다. 미안이 배가 된다.
박효범 회장과 정기봉 남자 부회장이 인원을 점검을 하기에 쭉 둘러보니 그동안 동기 전체 산행엔 잘 나오지 않던 정영숙, 채수인이 보이고 이향숙도 오래간만에 나왔다. 부회장 직을 벗어서인가 한층 가볍게 보이는 이성희, 그리고 류진희, 김양자, 그리고 정숙자, 진영애도 짝을 지어 나왔다. 여학생 얼굴들의 모습이 많이 보이네. 막강 부회장 덕분인가? 가벼운 트래킹 코스 덕분인가?
산행시 마다 간식꺼리를 공급해 주는 군승이도 둘레길 걸을 준비를 하고 나왔다. 지난번 수술 경과가 그래도 비교적 좋다고 한다. 멀리서 김정차도 나왔고, 오래간만에 이태동이도 나왔다. 내가 늦기에 산행기 때문에 걱정을 했을 것으로 보이는 이재상 얼굴도 보이고 금년부터 회장직을 맡은 장용웅이도 보인다. 정만호, 민일홍, 권영직, 강기종, 주환중, 우무일, 변병관, 김두경과 함께 개찰구를 빠져 나오니 곧장 장충 체육관이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밤에 저 체육관에서 김기수 권투선수가 6만불이 걸린 파이트 머니를 두고 챔피언 벤베누티로부터 챔피언 벨트를 뺏었던 생각이 난다. 그때는 권투라던가 프로 레슬링과 같은 격투기가 왜 그리 좋았을까? 지금은 돈 받고 보라고 해도 보지 않을 것들을...치기 어린 때의 추억이다. 깃발들이 날리는 위의 돔을 보면서 우리가 얼마나 못 살았었나? 하는 생각도 난다. 필립핀 기술의 도움을 받아서 저 돔 있는 체육관을 건설했을 정도였으니...
동호대교 쪽으로 잠깐 걷다가 우측으로 꼬부라져 성곽을 끼고 걷는다. 걷기 좋게 나무로 트래킹 전용 보도를 만들어 놓았다. 동대문으로부터 낙산을 오를 때, 태조, 세종, 숙종 때의 성곽 축성 돌 모습에 대해 설명했던 자료들을 다시 생각해 가며 오른다. 또 철원 근무 소대장 시절 대 전차 진지 쌓던 생각이 나며 혼자 씁스름하게 미소 짖는다.
해오름 극장이라고 커다란 표시가 있는 국립극장 앞에서 본격적으로 남산 길을 오르기 시작한다. 팔각정으로 오르기 위해서는 남측 순환로로 오르는게 좋은데, 여기서도 자동차가 다니는 큰 길이 있고, 성곽을 따라 층층대로 오르는 길로 나뉘어진다. 여학생들은 모두 큰 길쪽으로, 남학생들은 모두 층층대로 각자로 흩어진다.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다. 하나, 둘, 하나, 둘,...눈발을 맞으며, 하나, 둘, 하나, 둘, 층계를 오른다. 데이트를 하려면 아까 북측 순환로로 천천히 걸으면 되고, 운동 좀 하려면 이 층계를 오르면 되겠네. 제법 운동이 된다 싶었는데, 저 쪽으로 남산 타워가 보인다. 점점 가가워진다 싶었는데 벌써 정상이다.
아까 헤어졌던 여학생들 다시 만나 따듯한 차 한 잔씩들 하는데, 전행선이가 나타난다. 남산 바로 밑으로 이사 왔단다. 성내에 사는 거네. 요사이 성내 거주는 꽤 드문 일인데... 나이들면 밖으로 나가지 말고 안으로 들어오라고 하더니,그래서인가? 모두 모였으니 팔각정을 배경으로 이쪽에서, 저쪽에서 따로 한 장씩 찍는다. 좀 다른가?
봉수대가 옆에 보인다. 무심코 봉화대라고 했더니 옆에 있던 재상이가 봉수대라고 고쳐준다. 수비하기 위한 봉화대라기 때문이란다. 공격하기 위한 봉화대는 없으니 꼭 막을 守자를 써야 하나? 마침 연인 사이같은 젊은 이들이 서로 사진 찍어 주는 모습이 보기 좋아 나도 그 모습을 찍어본다.
이젠 하산 길이다. 하나 둘 내리던 눈발이 제법 쎄지기 시작하여 내려가는 층계 밟기가 무척이나 신경이 쓰인다. 게발로 걷는다고 하던가? 옆으로 걸어 다 내려와 인원 점검을 하던 여학생들간에 이향숙이가 보이지 않는다고 소동이 났다. 잠시 후 벌써 식당에 이성희와 둘이서 앉아 있다는 소리에 안심들을 하고 눈 속 여덟 아가씨만의 사진 한 장 더 찰칵한다.
남대문 시장 속에 있는 은호 식당에 모두 들어가 꼬리 곰탕에 우무일 와이프가 3년간 정성스럽게 담갔다는 오가피주, 그리고 이젠 우리들의 애주가 된 막걸리로 신임 회장 박효범의 “나가자”선창으로 구호를 외치며, 중국으로 한달간 출장 간 전임 이상훈 회장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다음 번에 하기로 하고 신년 첫 번째의 산행, 남산 둘레길 트레킹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