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면산 산책로 (295차 산행)
이 성 희
몇 년 전부터 자주 오르내리던 이야기.
-우리가 언제까지 이런 산행을 계속할 수 있을까?
-그야. 단 한명이라도 참석할 때까지지.-
생각보다 그 때가 너무 일찍 닥친 것 같아서 안타깝다. 화살같은 세월이야 어쩔 수 없을 테지만..
남부터미널역엔 단 네 명만 모였다. 강기종 진영애 남영애 그리고 나, 오늘의 참석자들이다.
사정이 있어 사당역에서 역으로 올라오는 박찬홍을 만나면 그나마 다섯 명이 될 터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선은 코로나 때문일 테고. 또 무릎이 원인일 수도 있고. 더운 날씨 탓도 있을 것이 고 . 아니면 시간을 10시로 당겨서(?)....
무심한 나무들은 검푸른 그늘막을 만들어 웅숭깊게 우리를 반기는데 머리 위 까마득한 우듬지에선 까치소리가 낭자하여 숲 의 적막을 뒤흔든다. 늘 듣는 새소리지만 오늘 따라 선들 바람과 더불어 숲의 배경음악으로 날아올라 자칫 갈아 앉으려는 우 울한 마음을 일으켜주는 청량제이다.
그리고 양 옆 길가에는 땡볕 아래 나리꽃들이 주황빛으로 만발하여 한창 고운 자태를 드러낸다.
벤치에서 한 숨 돌리고 진영애가 싸온 오이로 목을 축인다.
서두를 것이 무엇인가. 몇 달 전 남영애가 이 코스에서 혼이 난 적이 있으니 오늘을 영애의 페이스대로 걷는다.
우리들이 머물던 정자에는 이미 다른 사람들이 모여 있어서 조금 더 올라가 넓은 마당에 둘러 앉아 박찬홍을 기다린다.
갑자기 옆에 앉아 있던 젊은 여자가 <김호중의 노래>를 틀어도 괜찮으냐고 양해를 구한다.
마땅치 않았으나 내색하지 않았다. 하늘을 뚫고도 남을 (트롯)의 기세가 드디어 산마당까지 점령한다. 한바탕 지나가는 바람이려니 생각하지만 방송의 지나친 구석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중도에 박찬홍을 만나 다섯 명을 채우고 사당역 쪽으로 하산.
동태찜에 따끈한 감자전, 시원한 맥주. 맛있는 점심이었다.
더불어 식후의 아포카토는 일품이었다. 강회장님께 감사드린다.
남자 둘을 먼저 보내고 우리 셋은 한동안 더 수다를 떨다 헤어졌다.
그래도 여전히 아쉬움은 남아 다시 다음 만남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