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의 안성주군이 고 홍중선군에 대한 추모글을 보내 왔기에 대신 이 곳에 게재합니다.
중선아!
네가 결국 떠나다니…
오랜동안 잘 싸워 왔었는데..
이제는 너의 그 잔잔한 미소와 부드러운 음성을 듣기는 힘들게 되었구나.
그런데 조용히 눈을 감으면 보이는듯한 너의 그 잔잔한 미소가, 그리고 잠이 들면 들리는 부드러운 소리가 있다.
“친구가 없다는것은 임종을 기다리는것과 같고, 친구와 연락을 끊는다는 것은 죽음을 택한 것과 같다”고 하던 너의 말이. 작년 서울 장충동 에서 열렷던 사대부속 국민학교 50 주년 기념 행사에서 시인 강은교 및 우리 모두를 감동시킨 너의 인생관.
그렇게도 친구가 좋으냐? 지금 아무도 너와 같이 못 가는데도?
중선아, 너는 너무 친구를 좋아했었다는 생각은 안 드냐?.
초등학교 친구, 중학교 친구, 고등학교 친구, 대학교 친구, 동네친구,
교회 친구, 골프 친구, 친구의 친구, 지나가다 만난 친구…
야! 너 뭐야! 바보야? 인정이 넘처 나는거야?
저녁 10시가 넘어 일어나 집으로 가려 하면, 너는 빠짐없이 “야 벌써 가냐?”
“너는 왜 오기만 하면 갈려고 하냐?” 하며 섭섭해 하던 너..
마음이 약한 최영일이는 너희 집에서 자고 가곤 했다며?
함경호는 결국 너 보려고 뉴욕에서 처음 LA로 왔다잖아. .
인정이 많아 친구를 좋아하고, 사랑이 많아 친구를 대접 했던 너…
큰소리 한번 못내는 너를 누가 미워할수 있겠니?
아니 어떻게 잊을 수 있겠니?
내가 졌다.
네가 떠나니까 너무 많은 친구들이 진정 섭섭해들 하는구나.
신영혜는 지금 며칠 째 자네 이야기만 나오면 찔찔 짠다. …
너희들 무슨일 있었어? 심규상이는 모른다는데.
내가 졌다.
계산적이고 이론이 앞서는 나보다 조용하고 말없는 너를 더 좋아들 한 것 같다. 늙으면 철이 없어져서 시새움도 생긴다더니… 별걸 다 갖고..
사람들을 사방에서 불러 뫃아 놓고, 막상 친구들이 모이면 뒤로 빠져 말 없이 빙그레 웃고 있는 네가 나에게는 답답 하게 보였거든…
바쁜 나에게 전화걸고 “야 바쁘냐?’ 하는 싱거운 너…
춥지도 않은 대낮에 호떡 몇 개 들고 오던 너…
어떻게 일하는 회사에 호떡 사올 생각을 하니?
우리 직원들이 너를 뭐라고 불렀는지 아니?
한심한 너를 우리 직원들은 사장인 나보다 더 좋아 했었어.
서쪽 하늘로 해가 지고 나면 어두운 밤하늘에 작은 별들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 한다. 별들은 점점 형태를 나타내고 내 시선을 끌어 모으는 부드러운 별 하나가 보인다. 그 별을 보고 있노라면 그 별은 잔잔한 미소를 짓는다. 어디서 본듯한 미소다.
꽃피는 봄이 오려면 길고 긴 겨울의 인내가 있어야 하고,
풍성한 가을을 맞으려면 땀 흘리는 여름의 수고가 있어야 하며,
새싹이 자라나려면 한알의 씨앗이 묻혀야 한다고 하지 않았더냐?
너는 이제 우리에게 사랑을 아주 쉽게 가르처준 친구로 기억에 남겠으며,
인내와 소망을 은근하게 가르처준 조용한 친구로 기억될 것이다.
봄의 화사함을 시샘하지 않았고, 여름의 화창함을 부러위 하지 않았으며, 가을의 무성한 열매도 탐내지 않았던 너.
겨울 나무처럼 말이 없으나 생명을 알고, 행동이 요란하지 않으나 사랑을 알며, 가지가 무성하지는 않았지만 내일을 기다리며 참고 견뎌온 너.
어찌 잊을 수 있으랴.
너를 생각하며 마음 밭에 착하고 깨끗한 씨 하나를 뿌려 보련다.
안성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