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끝 주의 목요일
아이들과 3~4교시 '즐거운생활' 수업을 야외에서 하려고 나섰습니다.
비가 사흘 연속 온 후라 청명한 하늘과 투명한 공기가
주는 상쾌함은 마음속까지 시원합니다.
새로 피어난 아카시아 향기가 달콤한 숨을 쉬게 합니다.
학교 가까이에 있는 주유소.
그 뒤 쪽에 낮은 산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그 산에 가 본적이 없답니다.
숲속으로 난 좁은 길을 졸졸 따라오며 재잘대는 아이들.
장난기가 발동한 나는 작은 막대기 하나 주워 들고서
~ "얘들아아아아~ 나는 산신령이다아아아아"~
"산신령님, 우리들은 산으로 공부하러 가요"
"그러어냐아아, 한 줄로 서서 앞을 잘 보고 가거라아아아"
하하하... 크크크크... 킥키키히...
가면서 행동 한 것을 글로 만들기 놀이를 했습니다.
-숲길을 걸어서 앞산에 갑니다. -
나의 선창에
'숲은 으스스하지만 시원하여 기분이 좋습니다'
'숲속에서 다람쥐가 살 것 같습니다' 지원이가 말했습니다.
'숲길은 꼬불꼬불 합니다'
'부엉이도 살 것 같습니다' 동관이가
'숲은 정글 같습니다'
'뱀과 지렁이가 있을 것 같습니다' 해진이가
'산길 옆으로 떨어질 것 같아 무섭습니다' 준희가
'흙이 부드러워서 걷기가 좋습니다' 운이가
'흙이 미끌미끌 합니다' 선웅이가
이렇게 모두 말로 표현하여 짧은 글을 만들었습니다.
길옆에 보이는 식물의 이름을 아는 대로 가르쳐 주었습니다.
함박꽃, 엉겅퀴, 토끼풀꽃, 고들빼기, 팬지꽃, 둥글래, 덩굴장미, 할미꽃, 아카시아, 참나무, 소나무 새 순, 찔레꽃 등.
자연의 품속에서 조잘조잘 제 생각을 말하는 아이들이 사랑스럽습니다.
산 중턱쯤 옛사람의 무덤이 있는 곳에 넓은 터가 있습니다.
그늘진 곳에 둘러 앉아 쉬면서
사람이 죽으면 흙으로 돌아간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모든 흙에는 조상들의 몸이 녹아 있다는 얘기며
몸에 담은 영혼의 소중함까지 말해주었습니다.
잘 듣는 녀석도 있고 개미와 거미 버섯에 한 눈 파는 아이도 있습니다.
"아카시아 있는 곳에서 달콤한 냄새가 나요"
깔끔한 멋쟁이 준희가 말합니다.
~ 동구 밖 과수원길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네 ~
동구 밖이 무언지, 과수원이 무언지 모르는 아이들에게
손짓 몸짓으로 뜻을 가르쳐 주며 노래를 불러 주었습니다.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는 해진이가 감정을 넣어 따라 부릅니다.
산을 내려오다 쉬가 마려운 아이들.
남자아이들은 자연에게 선물로 주라했더니
빙긋 웃으며 뛰어 갑니다.
여자아이들은 숙녀 연습, 주유소의 화장실을 사용했지요.
그 곳 쉼터에 매어 놓은 그네 한 쌍에 사이좋게 앉아
서로 밀어주며 바꿔 앉으며 즐거운 함성을 지릅니다.
모두가 날마다 이런 야외학습을 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교실에 돌아와 공책에 방금 활동한 내용을 글로 썼습니다.
받침이 빠지고 소리 나는 대로 쓴 글이지만
내 가슴을 꽉 채우는 글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