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도 잔인한 4월의 끄트머리에서 거추장 스러운 일상을 벗어 던지고 비행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었었던 것이 가뜩이나 적은 수의 동문들이 참여한 여행이었는데, 아이스란드의 화산재로 인해서 유럽의 비행장들이 폐쇠되는 바람에 독일의 한 명희가 아쉽게 곤명 여행을 포기를 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박태근회장, 심 항섭, 그리고 여자 부회장 신 동복, 이 후영, 그리고 나 다섯명이 단촐하게 곤명으로 향하는 전세기편에 올랐다.
곤명은 중국 남서부에 위치한 운남성의 성도로 경제, 문화, 교통, 화혜, 역사의 중심지로 1850미터가 넘는 고원에 위치해 있어서 사계절 기후가 온난하고 꽃이 핀다는 관광도시다.
춘성이란 곤명의 또다른 이름답게 공항에 도착하자 여행 가이드들은 한아름씩의 꽃다발을 들고 나와서 한사람 한사람씩에게 아름다운 장미꽃을 건네며 환영해 주어서 밤늦게 도착한 여행의 피로감을 단숨에 날려 버려 주었다.
더구나 문 신효 동문 회사의 경리 담당 아가씨는 비행장에 커다란 과일 상자를 들고 나와 주어서 감동의 여행이 될 것이란 예감을 주었다.
늦은 밤에 모여서 먹은 망고와 망고스틴, 그리고 얼지 않은 신선한 리찌의 맛은 정말 환상 자체였다. 가장 비싼 과일이라는 망고스틴은 다섯명이 같이 먹다가 네명이 죽어도 모를 정도로 맛이 기가 막혀서 만약에 손녀딸이 달라고 보채면 뒤로 돌아 앉아서 먹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째날은 곤명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는 절벽위에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용문 관광과 곤명호수와 당나라 건축예술의 집대성으로 꼽히는 원통사를 둘러 보았다.
꽃이 만발한 곤명시는 특히 어디에나 루겐베리가 그 화사함을 뽐내고 있어서 도시를 환하게 밝혀 주고 있었다. 취호 공원과 대관루 공원에서는 옛적부터 수많은 문인들이 풍류를 읊었다는 말답게 많은 노인들이 군데 군데 모여서 전통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이 보였으며, 거기에 맞추어 중국 특유의 고음으로 노래를 하고, 또다른 한편에서는 절도있게 무예를 겸한 춤을 추는 사람들의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었고 중국이 오랜 역사와 문화를 지닌 문화대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밤에 관람한 운남영상은 과연 오바마 대통령이 어렵게 기회를 만들어서 보았다는 말이 이해가 될 정도의 훌륭한 작품이었다.
운남성에 거주하는 소수민족(이족, 장족, 묘족, 따이족, 하니족등) 들의 삶을 원초적인 감성과 원색적인 가무로 표현하였음에도 훌륭한 예술성을 느낄 수 있었고, 화려하고 호화로운 무대와 전통 의상을 입은 공연자들의 아름다움과 전통 중국 민요 고유의 높은 노래소리는 중국에 대한 독특한 환상을 불러 일으켜 주었다.
특히 중국의 전설적인 무용의 천재 양리핑의 수제자가 추는 공작춤은 온몸의 세포들이 전율을 일으킬 정도의 감동을 불러 일으켰다.
둘쨋날은 서둘러 아침을 먹은후 웅장하게 솟아 오른 기암괴석이 장관을 연출하는 석림으로 향했다. 2억 7천만년 전부터 시작되어 백만년 전부터 바닷속에서 솟아 오르기 시작했다는 크고 작은 석회암 돌기둥들은 거대한 나무 줄기처럼 하늘로 치솟아 빡빡한 삼림 모양을 이루고 있어서 보는 순간 모두들 감탄사를 연발하게 만들었다.
아름다운 호수와 어우러진 기암 괴석들을 따라 석림속을 거닐다 보면 딴세상속에 와 있는 느낌이 들었다.
구향동굴은 배를 타고 아름다운 협곡을 유람한 후 좁은 길로 들어서면 높은 절벽이 이어지고 그 길을 따라 가면 동굴안으로 이어진다.
깔끔하게 잘 다듬어진 동굴 통로를 따라 들어서니 종유석과 석순들이 장관을 펼치고 있었고 동굴속의 넓은 광장과 제법 낙수가 웅장한 폭포수를 대하니 중국의 거대한 땅덩어리의 실체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동굴속이어서 음양의 조화가 더욱더 신비로웠다.
곤명으로 귀환하자 문 신효 동문이 조선족 꽃미남 가이드를 대동하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같은 관광차에 동승했던 아줌마 부대들의 부러움을 뒤로 하고 곤명에서 가장 큰 식당들이 줄지어 서 있는 시내로 향했다.
곤명 시내에는 서구화되고 세련된 중국 젊은이들이 떼지어 다니고 있었으며, 도로에는 벤즈와 도요타, 혼다, 폭스바겐등이 줄지어 달렸고, 공사가 한창 중인 고층 건물들이 여기 저기 보였으며 간간이 한글 간판이 보이기도 하였다.
외형으로 보아도 대규모인 식당들이 줄지어 서 있는 거리에서 문 신효 동문이 인도해서 들어간 식당은 청담동 고급 음식점 수준의 인테리어가 놀랍기만 하였다.
꼭 이곳에서는 샤브샤브를 먹어야 한다는 문고집에게 이끌려 간 식당에서는 돼지뼈를 오래 우려서인지 진하고 깊은맛이 나는 육수에 오골계를 넣고 끓이다가 온갖 종류의 버섯을 넣어서 먹는 샤브 샤브로 본고장의 중국술과 함께 먹으니 썩 훌륭했다,
특히 눈으로 감상하고 코로 향을 맡으며 입으로 맛을 음미한다는 송이 버섯을 뭉태기로 넣고 먹을 수 있는 호사도 누리면서 동창이란 인연의 소중함을 또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양고기 꼬치구이에 맥주를 겸한 2차까지 마치고 문 신효 동문과 함께 호텔로 와서는 밤늦게 망고 파티로 둘쨋날 밤을 이어갔다.
다음날 아침 식사후 문신효 동문의 난 농장을 방문했다.
곤명시 화훼시범 단지안에서도 가장큰 농원중의 하나로 4만평에 수십개의 비닐하우스들이 들어차 있었다.
10명의 관리자와 100여명이 넘는 고용원이 일하고 있는 문 신효 동문의 서인 (뤼이렌) 난 농장은 재배 방식도 남달라서 농장을 둘러보는 내내 감탄을 면치 못했다 .
2006년 7월에 설립하였고, 2009년에는 20여 종류의 새 품종을 선보였으며 일본의 화훼기업과도 제휴를 하고 있으며, 최신 기술을 사용하여 새로운 품종의 종식과 배육뿐만 아니라 판매까지 하고 있어 지난 춘절에는 중국 전역에 상당량의 신비디움을 출하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가 재배하는 겨울난 신비디움은 꽃송이도 크고 많어서 화려하며, 피어서 오랫동안 지지 않어서 중국 사람들에게 춘절에 선물용으로 대단히 인기가 많은 난이라고 한다.
난의 생장점을 배지 (미생물을 키우는데 쓰는 영양물)에 안착시켜서 성장 속도에 따라 10번의 배지 교체를 한후 화분에 심어서 또 3차례 옮겨 심는 과정을 되풀이 해야 화사한 신비디움의 꽃을 볼 수 있는데까지 5년이 걸리는 과정을 거쳐야 하며, 황교수의 줄기세포 이론과 같은 원리라니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더구나 좀더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난에 주는 물도 빗물을 정수해서 함께 쓴다니 난 재배의 한길을 걸어온 문 신효 동문의 열정과 사업가의 뚝심을 읽을 수 있었다.
농장 견학을 마친후 문 신효 동문이 준비한 삼겹살과 불고기로 점심을 맛있게 먹고 ,운남성 특산물인 보이차의 도매상들이 모여있는 대규모 시장을 둘러 보았다.
조선족 꽃미남 가이드를 동반하고 여유있게 운남성 민속촌에서 중국내 소수 민족의 정서와 문화를 체험하는 기쁨을 누렸다.
운남성은 중국내에서 소수민족들의 비중이 가장 높은 성으로 26개의 소수 민족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문 신효 동문은 농장 빈터에 Guest House를 지어서 운남성의 소수민족의 여인들을 품어 줄 수 있는 박애 정신을 지닌 친구들이 찾어 오면 언제나 숙소를 제공할 계획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저녁 예약을 한 식당은 그 규모도 대단하지만 인테리어가 청담동 룸 싸롱 수준이어서 놀라웠다.
방마다 화장실이 구비되어 있고, 시중 드는 아가씨와 웨이트레스가 따로 있었고, 중국에서만 맛볼 수 있는 산해진미를 마음껏 먹고 즐긴 밤이었다.
특히 향은 좀 낯설지만 입에서 살살 녹을 정도로 부드러운 당나귀 고기와 비둘기 고기의 맛은 인상적이었다.
그뿐인가 여자 동문들은 꽃미남들이, 남자 동문들은 선녀를 닮은 중국 미녀들의 발맛사지를 받는 호사도 한껏 누렸다.
문 신효 동문의 전송을 받으며 비행기에 오를때는 선물 보따리가 너무 커서 비행장에서 가방들을 새로 싸는 진풍경을 벌이기도 하였다.
그가 특별히 KAL 지사장에게 부탁을 해서 예약한 자리는 다리를 편히 뻗어도 될 만큼 넓은 자리였다.
우리 여학생들의 guard 역할은 단단히 해준 회장, 그리고 자상한 오빠 역할을 담당했던 심 항섭, 교장 선생님 출신답게 의젓한 카리스마로 여행을 꼼꼼이 챙겨준 신 동복, 항상 높은 웃음 소리로 깔깔거려댄 후영이, 그리고 나 이렇게 단촐하고 비록 짧은 호흡의 여행이었지만 동창이 있어서 행복했던 평생 꺼내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새겨진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