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분이후 첫번째 일요일이자 3월의 네번째 일요일인 3월28일 아침 10시30분. 날씨는 맑고 청량한데 바람이 제법 쌀쌀한 편이다.
지하철 3호선 안국역 2번 출구로 나오니 늘 겸손하고 친절한 마음으로 동기 산행을 이끌어오고 있는 이상훈 등산회장의 밝은 미소와 부드러운 목소리 그리고, 늘 성심으로 동창사랑을 보여주시는 이성희동문과 남득현동문의 잔잔한 미소와 손짓이 나이 든 동창들의 마음을 고루 따뜻하게 맞이하여 주고 있다.
10분정도 더 기다린 뒤 북악산 중턱에 걸쳐있는 한적한 소로를 운행하는 마을버스가 오기를 기다려 우르르 올라 타는데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만원이다. 성균관대학교 후문앞에서 내리니. 저 아래 대학교쪽에서 누군가 배낭을 메고 후문 언덕을 급히 올라오는 이가 있다. 신해순동문이다. 아직 현직에 있는 몇 안되는 동창생가운데 하나인 신해순동문이 합류하여 27명의 남녀 동창이 지난 해 가을 41년만에 개방하였다는 일명 김신조루트를 따라 북악산 산행을 시작한다.
서울성곽 아래쪽으로 난 산책로는 바람이 없이 안온하고 조용한 봄날씨를 보여준다. 산기슭 곳곳에는 노란 꽃망울이 알알이 보이고, 참새 혓바닥만한 새싻들이 부끄러운듯 얼굴을 내밀고 개나리도 노란 꽃잎을 감추고 있는 것이 보인다.
와룡공원을 보며 숙정문(북대문으로 엄숙하게 다스린다는 뜻을 나타낸 이름으로 현재는 서울성곽 탐방로 안내소의 하나임)을 지나 성북천 발원지에서 일부는 가파른 왼편길로 팔각정 쪽으로 오르고, 대부분은 오른편으로 난 완만한 산길을 따라 올라 계곡마루 쯤 오니 목도 마르고 허기가 진다.
이명원 동문이 지난 5~6년 집에서 잠자던 ‘조니워카’ 한 병을 깨워 봄볕에 동창들 모임에 내 놓으니 신나게 춤을 추어 우리들을 기쁘게 한다. 김양자 동문은 뜨거운 커피를 그리고, 또 다른 동문은 락앤락 큰 통 가득히 감을 내어 나누고, 다들 쪼콜릿, 비스켙, 여러 다른 맛있는 과일들을 내어 나누니 미쳐 가져온 간식과 소주등을 내놓을 기회를 놓친 동창들도 더러 있는 듯 보인다.
북악 하늘길을 뚫을 때 갈라진 북악산 등산로에 얼마 전 ‘하늘교’라는 다리를 놓아 그 다리로 스카이웨이를 건너가 하늘마루 전망대에서 전망한 뒤 하늘길(북악스카이웨이)로 내려 와 팔각정을 지나 차로 옆 계곡길을 따라 창의문에 이르러 오늘 산행을 마친다.
(아직도 1.21.사태 때 바위에 생긴 탄흔이 선명한 바위와 팔각정)
오늘 산행에서 대부분의 산책로가 지난 수십년간 경비병들의 순찰로로 쓰이던 것이어서 모두 이끼 끼인 시멘트 계단이라 흙을 밟아볼 기회가 별로 없었던 것이 아쉬웠다.
그럼에도 평탄한 길이어서 번갈아 삼삼오오 짝을 지어 산을 오르며 동창들끼리 이야기 꽃을 피우고, 젊은 날 배운 <이별주라면 안 마살래요>로 끝나는 '만수무강'이라는 권주가를 읊조리기도 하고, 자식들 혼사이야기니, 고 김동인동문을 비롯하여 먼저 간 동창들에 대한 아쉬움과 그분들과의 깊은 우정을 얘기하면서 또 젊었던 날의 로맨스도 중매로 만나서 결혼에 성공하기 까지의 변곡점에서 있었던 내밀한 얘기와 더불어 오늘 오지 못한 동창들에 대한 그리움도 자하문 계곡 곳곳에 묻어놓고 창의문(자하문) 옆 "자하문 손만두집"에 이르러 따뜻한 우정의 함성을 질러댔다.
연회가 끝날무렵 이상훈 등산회장이 일어나 황정환동문이 등산회를 위하여 금 일봉을 보내어 왔음을 공지하고, 이어 예쁜 이어링을 하고 한껏 젊어진 듯 오늘 따라 더 쾌활해 보이는 전행선 동문이 오늘의 회식비 전액을 결재하여 주었다고 발표하자 모두 놀라움과 고마움 그리고, 동창 사랑의 마음에 감동의 박수로 화답하였다.
오늘 함께 북악산에 오른 동창들은 무순으로 이상훈(등산회장)동문, 김정차동문, 송인식동문, 신해순동문. 이석영동문, 강기종동문, 김상건동문, 김양자동문, 김두경동문, 전행선동문, 민병훈동문, 심항섭동문, 권영직동문, 정숙자동문, 이종건동문, 우무일동문, 이명원동문, 남득현동문, 민일홍동문, 김영길, 변병관동문, 박태근(2010 16회 동창회장)동문, 주환중동문, 장용웅동문, 이성희동문, 정기봉동문, 이재상동문으로 여학생 5명과 남학생 22명이었다.
부침: 이상훈 등산회장 가라사대 오늘 이 자리에 함께 한 동창들은 필히 2025년 산행 때도 같이 힐 것을 다짐하는 건배를 제의하여 다 같이 건배하고 구호를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