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3월인데도 어젯밤에 푸짐하게 내린 눈이 마당과 들판을 하얗게 덮어 눈 세상이 되어버렸다.
댓돌에 내려서니 <휀스>란 이름으로 된 철제 울타리의 칸칸마다 눈이 쌓여 마치 흰눈으로 엮은 울타리 같다.
한참동안 서서 바라본다.
이른 아침에 집을 나섰다.
겨울과 봄이 함께 있는 시골길을 걸어간다.
차가 다니는 길에는 눈이 빠르게 녹고 있다.
길 따라 구불구불 흘러가는 시냇물을 보며 걷는 상쾌함.
먼 산의 눈 녹은 물이 굽이굽이 돌아 내려오면서 물소리는 제법 커졌다.
한적한 들판 길에서 새들은 우루루 날아오르다 저만치서 내려앉는다.
눈 온 날은 새들이 떼 지어 바쁘게 다닌다.
한 끼의 끼니를 이어가기가 고달픈 하루다.
문득 개울물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혼자 걷다보니
방랑의 길을 떠나는 <겨울 나그네>가 생각난다.
물방앗간집의 어여쁜 처녀를 사랑한 한 청년의 마음이 담긴 노래가 제목을 달리하여 이어지는 연가곡.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에 몹시도 울어 눈물이 홍수처럼 흘러내렸다는<바세르풀랏>
젊은 방랑자는 시냇물 따라 끝없이 길을 걸으며 이것저것 생각했으리라.
가다가 우편마차도 보고 성문 앞에 있는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고단함을 쉬기도 하고.
슬픈 일들은 오래도록 아름다움으로 새겨지는 특별함이 있다.
눈 덮인 고요한 아침에 슈베르트의 고독과 오선지가 없어 안타까웠던 슈베르트의 가난이 생각난다.
친구들과 밤을 새우며 음악에 묻혀서 짧게 살다가 간 아름다운 사람이기에.
필자는 정말로 멋진 제천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