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Anxiety
한 동건
- Simple Narrative style
홀로되신 아버지가 늘 하시던 말씀이 있었어/
“80을 살리라곤 짐작도 못했다”/ “준비도 안된 채로 80을 맞았구나. 참 힘들다”/
그러면서 先親은 구십을 넘기셨다/ 100세 농담이 진담이 되는구나/
겁난다
-With proper beat
백 살까지 살아라/ 봉창을 두드리냐/ 이제까지 잘 산 것도 기적이다/
덕담이냐 악담이냐/ 축복이냐 저주냐/
농담처럼 들리냐/ 어허 이거 진담일 수도 있겠다/
100세까지 사는 것이 내 선택이 아니구나/
겁나지?/ 겁난다/
너희들이 있다 한들 함께 술을 마실 수 있겠니/ 여행인들 함께 떠날 수 있겠니/
관절은 쑤셔 오고/ 오줌 발은 약해지고/ 남의 소리 들을 생각 없고/
목소리만 커지고/ 삐치긴 왜 그리 쉽게 삐치는지/
명색이 친구지만 몇 명이나 곁에 남아 있으려나/
斗酒不辭 浩然之氣/ 기억 속에 지워진 지 이게 벌써 몇 년이냐/
지적 질에 잔소리에 짜증은 난다마는/
그래도 말 동무 되어 주는 마누라가 옆에 있어/
세상물정 모른 척 착각 속에 산다/
그 마누라 언제까지 그렇게 내 옆에 남아 있으려나/
하루라도 날 앞세울 수 있게 해달라는/
마누라의 기도를 들으소서 하늘이여/
친구도 없어지고/ 마누라도 없어지면/ 자식에게 기대질까/
우리 모두 자식 해봤잖아/ 효자는 부모가 만들어/ 효자 되기 힘들어/ 자식 그저 냅둬/
그럼 혼자 살아야지 뭐/ 그런데 혼자 사는 연습을 해 본적이 없어/
백세 사는 준비가 전혀 되지 않은 거지/ 고독/
고독이 Hurdle이야/
고독과 친해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살았어/ Solitude/
어쩌겠어 지금이라도 방법을 찾아야지/ Solitude /
이 나이에 좀 잔인하기는 하지 어쩌겠어/ Solitude/
도라지 위스키 한 잔 앞에 놓고 만날 수 있는 그런 놈이 아니야/ Solitude/
훠이 훠이 물러가라 어리광아/ Solitude/
고독도 건강해야 고독이지/ 반갑지 않은 손님들이 늘그막에 기웃거려/
피해가고 싶다고 피해지겠니/ 칠십 넘게 써 왔으면 잘 써 왔어/
충전도 하지 않고 기름칠도 없이/ 뛰고 돌고 sensing 하고 통박재고 /
70년 넘게 쉬지 않고 봉사했으면 됐어/ 고마워/
이젠 하나 씩 고장 날 때도 되었지/
구십 넘은 노인의 사망 원인이 웬 놈의 폐렴이냐/
칠십 넘은 사망 원인은 모두 다 老患이야/
노환으로 마감하면 그것도 축복이다/
영혼은 멀쩡한데 육신이 말을 듣지 않거나/
육신이 쓸만한데 정신 줄 놓아 버리는/ 그런 놈이 찾아 올까 백세 살기 겁나는 거지/
어쩌겠어 영업 그만 할 수도 없고/
그런 손님 찾아올까 지레짐작 문 먼저 닫을 수도 없고
-Back to a Simple Narrative Style
그런데 너 백세 살아봤냐/
살아보지도 않고 왜 미리 염려야 근심이야 걱정이야/
어제가 다르고 내일이 다르고 내년이 다르겠지/
그래도 아직 아침에 눈을 뜨면 또 하루가 시작이야/
아침 공기가 산뜻해/ 커피 냄새도 좋고/ 슈베르트가 좋아지고/
아직 말도 통하고/ 어깨 두드려 주는 친구들도 있고/
햇빛 좋은 날 집 앞 냇가를 걸으며 송사리 걱정도 하고/ 코스모스 피어있고/
이렇게 좋은데 오지도 않은 백세가 왜 걱정이야/
백세는 잊어버려/ 오늘을 살자/ 맛있게/ 감탄하고 탄성을 지르며/ 감사한 마음으로/
염려하지 마라/
염려하지 마라/
염려하지 마라
하나도 틀리지 않은 얘기들이네...
그래,
앞 일 너무 걱정 말고
오늘 하루를 감사하며 즐겁도록 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