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더디 오는 겨울이다.
새벽마다 향나무에서 잠을 깨우던 참새들도
요즘은 나보다 더 늦잠꾸러기다.
처마 밑에 낙수 물받이로 놓아 둔 항아리안의
물이 꽁꽁 얼어 있다.
이곳은 허술한 한옥인데다 산 밑 집이라 겨울엔 몹시 춥다.
밤마다 다음 날 출근을 위해 차에 이불까지 씌워 놓았는데도
오늘 아침엔 시동이 안 걸려 몇 번이나 애 먹었다.
시간은 자꾸 가고 예상치 못한 다급상황에
큰 길까지 무작정 뛰쳐나왔고
뛰면서 어서 지나가기만 바라는 남의 차.
겨우 얻어 타게 되어 버스 정류장까지는 왔으나
시간이 지나 버스는 놓쳐 버렸다.
급히 제천에서 출근하는 동료카플 차에 SOS 비상 전화로
요청 하여 아슬아슬하게 오게 되었다.
마치 007 제임스 본드처럼.
언제 그렇게 동동거렸나는 듯
따뜻한 자가용 렉스톤 뒷자리에
편히 앉아 오며
추운 아침에만 생기는
청풍호수위의 하얀 물안개 춤을
넋 놓고 보고
투명한 차창으로 아득히 보이는 월악산 설경과
두 겹 세 겹 겹쳐서 파도처럼 이어지는
산들의 겨울모습을 무한대로 가슴에 빨아들이며
감상 또 감상하며 왔다.
그러면서 속으로 순간에 따라 바뀌는
행과 불행의 묘한 맛을 음미했다.
오늘아침 코피 맛은 고래잡이에서 살아 돌아 와 마시는
코피 맛 같다.
‘하루살이 같은 삶이어도 좋다’고 중얼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