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게도 난 그건 전혀 기억에 없다. 할머니가 내게 몇 번인가 말씀하신 것으로 우리 증조할머니, 그러니까 우리 할아버지의 어머니, 우리 할머니의 시어머니가 내가 간난이 때에 울고 찡찡대는 날 꽤 많이 업어 주셨다는 얘기다. 아쉽게도 그게 지금까지 전혀 기억에 없지만 그 때 증조할머님 마음이 어땠는지는 이제 알 것 같다. 포대기로 등에 업으시고 흥얼흥얼 달래던 노랫소리도도 이제 들리는 것 같다.
가끔 할아버지는 한밤 중 잠이 깨셨다. 우리 할아버지의 꽤 넓고 두꺼운 요는 지금 생각으로 폭이 1.5m쯤 됐을 것 같다. 왜냐면 체구가 큰 할아버지와 내가 함께 그 위에 누워 잤으니까. 지금도 기억나지만 할아버지의 요 오른쪽 가에는 노란색 얼룩이 꽤 많이 나 있었는데 그 날 밤에도 조그만 놈이 요 위에 실례를 했고 그래서 한밤 중 주무시다 일어나셔서 요 위를 물걸레질을 한 것이다.. 어렸을 때지만 매우 죄송하게 생각했었고 그래서 별 야단 안치고 물걸레로 그걸 닦아내시던 할아버지가 생생하다.
지금 생각해 봐도 그날은 진짜 아버지는 화가 나셨던 것 같다. 얼마만큼 화가 났었을까 이제는 확실히 안다. 그날 난 밑도 끝도 없이 아버지가 화가 나길 바랐다. 그래서 멀리 가지도 않고 떼를 쓰고 떼를 썼다. 그저 뭔가 화끈한 걸 바랐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날은 마당 한 가운데 수돗가에서 고무신으로 퍼런 멍이 들도록 얻어 터졌다. 그날 난 아버지 속상하라고 계속 소리 내어 울 긴했어도 뭔가 꽤나 속 시원했던 걸 지금도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