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라도 반가운 얼굴들 사진으로 만나보니 정말 기뻤어요.
그런데 왜 체육대회가 뽈차는 사진은 한장도 없고, 그나마 정애가 회장님께 마뜩찮은 표정으로 뽈을 전하는 사진만 있더라고요.
이곳은 아이오아주의 Ames라고 조그만 시골 캠퍼스 타운이예요.
몇년째 비행 청소년 신세로 (비행기 타고 청소하러 다니는 년이래요) 좋아하는 동창회 모임도 자주 불참을 하게 되네요.
딸애가 남편과 서로 다른 곳에서 (사위는 캘리포니아에 직장이 있어요) 지내다 보니 2살, 4살 (미국 나이) 짜리 둘을 데리고 대학에서 teaching을 하고 있어서 일년에 몇달은 제가 도와주고 있어요.
사실 도와 준다지만 저한테는 아주 축복 받은 시간이기도 하죠.
작년보다 일년씩 자란 아이들은 훨씬 수월해 졌고, 또 손녀딸애 하고는 말도 통해요.
손녀딸년이 지 엄마한테 너무 함부로 대하고, 지 엄마를 때리는 시늉을 하길래 소리를 지르면서 야단을 막 쳤어요.
그랬더니 하는 말이 "지 딸이라서 흥" 하더라고요.
아침이면 딸애가 아이들 둘을 싣고는 학교로 떠나요.
아이들은 대학 안에 있는 Lab school에서 지내다가 지 엄마가 퇴근할때 (오후 5시 반쯤 ) 싣고 오지요.
그래서 한가한 오전중에는 가까운 곳에 있는 Fitness center 에서 매일 요가, 달리기, 수영을 하고 와요.
덕분에 허리 둘레는 20년 전으로 회복이 되었지만 얼굴이 문제네요.
얼굴은 5년쯤 후로 간듯 싶어 보여요.
근처에 옥수수 밭과 콩밭만 있는 곳이라서 햇살이 투명하고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이 한폭의 그림같어서 인지 항상 아름다운 저녁노을을 볼 수가 있어요.
운동을 하고 돌아 오는길에 내 그림자가 그렇게도 선명한 검정색인걸 한참을 보고 있노라니 국민학교 시절 운동장에 비추이던 하얀 햇살이 생각이 났어요.
이곳은 시골이어서 그런지 사람들도 친절하고, 여유로워요.
한번은 Shopping Mall에 버스를 타고 갔다가 집에 오면서 잘못 탔어요.
같은 번호인데 제가 Brown Route를 타야 하는데 Green을 타게 되어서 집으로 오는 방향과 틀리기에 운전수에게 우리집 방향을 이야기 했더니, 우리집으로 가는 버스를 transfer 할 수 있는곳까지 가서 버스 정거장 까지 일러 주면서 3분만 기다리면 버스가 올거래요.
4분쯤 후에 버스가 왔는데, 먼저 버스 운전수 한테서 벌써 전화로 연락을 받었더라고요.
걱정 말래요.
자기가 우리집 가는곳 까지 데려다 주겠다면서요. 잘 사는 나라 사람들의 친절과 여유로움이 부러웠죠.
이곳에도 나무들이 아름다운 단풍으로 물들고 있어요.
호수가 많고 나무들이 울창해서 주말에는 딸애가 두녀석을 싣고는 매주 공원으로 가서 자전거도 타고, 사과 밭에 가서 사과도 따고, 옥수수 밭과 호박밭에 가서 딩굴기도 하죠.
아주 즐겁고 두녀석들 뛰어 다니는 통에 파김치가 되지만 정말 소중한 시간들인것 같어서 행복합니다.
며칠전에 읽은 책에 실린 시 한구절을 적어 봅니다.
행복은 알려 지지 않은 아름다운 산속을 걷는 것이다.
행복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이다.
행복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행복은 집과 채소밭을 갖는 것이다.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쓸모가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을 생각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행복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