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분이 지난 초가을이다.
날마다 조금씩조금씩 기온이 내려간다.
마당가에서
구슬 구르듯 맑은 여치, 방울벌레 목소리가
오늘은 귀뚜라미의 연주로 바뀌었다.
낮고 조용한 소리로 가을 맛을 더 한다.
농부의 마음이 다 된 나는
아침마다 이리 저리 돌아다니며 살펴본다.
제일 먼저 배추밭에 가서 작은 포기 하나하나 눈여겨본다.
아직 어린모습이 귀엽기만 하다.
마치 초록 바람개비가 누워 있다는 생각을 하며 웃는다.
제일 바깥 잎은 메뚜기에게 다 뜯겨
흰 줄기만 남은 가엾은 놈도 있다.
물이라도 배불리 먹으라고 고루고루 부어 준다.
또 뒤뜰로 가서 호박 넝쿨을 유심히 들여다본다.
땅위에서 기어 다니다가 앵두나무 위로 올라가
노오란 꽃을 여기저기 달고 있다.
동그랗게 알을 달고 새로 태어난 암꽃이 있나 궁금하다.
글쎄 그것들이 넓은 호박잎에 가리워져 마치 보물찾기처럼
한참이나 굽히고 일어서고 하면서 보아야 한다.
아무것도 달고 있지 않은 수꽃은 나에게 찬밥 신세다.ㅎㅎㅎㅎ
알사탕만한 아기호박이 얼마나 빠르게 자라는지 모를거다
요즘은 찬바람이 나니 호박이 더 잘 열린다.
문제는 얼마쯤 자란 호박을 따서 호박스테이크를 만들려고
쪼개 보면 속이 거므스름한 병색으로 되어 있는 거다.
거름이 모자라서인지 아니면 그것들에게 위험이 되는
병에 시달리는 건지.....
꽃과 시작은 화려했는데.....
옆집 할머니의 조언에 따라 얇게 썰어서 볕에 내다 널고 왔다,.
확실히 농사도 운이 따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