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南山으로...(279회 산행기)
이 성 희
한 해가 저물어가는 연말이 되면 그동안 소식이 끊어져 소원해진 친구들의 安否가 궁금해지곤 합니다. 평소에는 덤덤하다가 <올해도 벌써 다 갔네 > 하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되지요. 먼저 떠난 친구들의 모습도 떠오르며....그저 시나브로 멀어져간 모습들이지만 가끔은 그리워지기도 하다가, <뭐 다들 잘 지내겠지...>하면서 슬그머니 마음을 내려놓습니다. 늙어가는 모습이야 대동소이하므로 바람결에라도 전해오는 소식이 있으면 또 그런대로 좋은 일이고.
어떤 연구에 의하면, 집안에서 홀로 외롭게 지내는 사람들보다는 친구들과의 모임을 자주 만들어 바깥활동을 하는 것이 노년의 건강을 위해 훨씬 바람직하다고 합니다. 그런 학문적 접근이 아니라도 그 정도쯤은 누구나 공감하고 있는 일, 다만 그런 일도 권위와 무게가 실리면 누구나 좀 더 소통의 기회를 가지려고 노력하는 계기가 될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들의 모임을 이어나가야 하는 충분한 명분이 생기는 것이기도 하겠지요.
동대역앞 공원마당은 오늘 따라 조용합니다. 비둘기나 까치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아직 늦잠을 자고 있나요?
잎을 떨구고 빈 몸으로 서 있는 나목들의 모습은 오히려 樹木의 本質을 보여주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모든 색채가 배제된 겨울의 풍경은 흘러간 흑백사진 같은 분위기도 있어 淡白합니다.
오늘은 포근한 날씨여서 그런지 짧은 겉옷을 입고 조깅하는 젊은이들도 보입니다. 내리막길에서는 젊은 여성 바이크족들이 대열을 이루며 달려내려가는데 그 뒷모습이 어찌나 신선하고 활력이 넘치던지 부럽기까지 하네요.
중간의 휴식처에서는 각종 과자와 차를 넘치게 차려놓고 우리만의 파티를 합니다. 정순이의 생강차가 일품입니다.
올해도 연말이라 스무 명 넘는 동문들이 참석해서 풍성하게 끝마무리를 하게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나온 유정순이 활력을 불어 넣어주고 식당으로 찾아준 김풍자회장은 맛있는 과일로 후식을 제공해주었고 특유의 입담으로 좌중을 뒤집어놓습니다.
묵은 숙제를 마친 기분으로 집으로 향합니다. 북적거리는 시장통을 지나 부용천의 징검다리를 건너갑니다. 튀어오르는 오리떼의 날개짓에 물보라가 일어납니다. 오후의 햇살이 수면에 부딪혀 마치 비늘처럼 잘게 부서집니다. 적어도 이 순간만은 모든 근심을 내려놓습니다.
(위의 寫眞들은 황정환君이 提供 했읍니다.)
강기종 김윤종 남득현 민일홍 박상규 박창호 박효범 변병관 신해순 신건철 이재상 황정환 주환중 정만호 이종건
정숙자 박정애 남영애 진영애 정영경 유정순 이성희 박미자 김풍자
친구들 덕분에 즐거운 한 해를 보내며 또 새로운 시작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