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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2009.05.19 23:27

농촌일기

조회 수 1641 추천 수 0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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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딸-딸  탈-딸-딸  하는 경운기의 가쁜 기동음이 골목길 모퉁이를 지나는 소리에 잠이 깼다. 창밖은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아 침침한 듯 한데 부지런한 농부의 바쁜 마음은 꼭두 새벽부터 경운기에 모판을 실어 나르는 모양이다.

밤새 이완된 몸을 가볍게 이르켜 세우기는 그전처럼 민첩하지가 못하다. 거북이 자빠져 버둥거리듯 말뿐인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일어나 밖으로 나오니 차가운듯 피부에 와 닿는 새벽 공기가 전신에 기를 넣어 주는듯 상쾌하다. 팔다리를 휘둘러 밤새 가슴에 담겨 있었던 탁한 공기를 빼내고 신선한 공기로 갈아 넣기를 몇 차례 하니 침침한듯 하던 눈이 환하고 시원해지며 전신에 활기가 솟는다.

마당에는 그렇게도 예쁘고 아름답던 꽃잎을 떨어뜨리고 미라처럼 말라가는 꽃대만 서 있는 튜울립, 수줍은듯 꽃봉오리를 키워가고 있는 장미, 그리고 가지런하게 잘 정지된 회양목들이 반듯하게 줄서있고, 아주 작은 열매를 마디 마다 등에 지고 꽃망울을 품에 안고 있는 오이 덩쿨의 잎에 작은 이슬 방울이 아직 햇빛에 반사되지 않아 원초적인 투명한 깨끗함이 나의 마음까지 맑고 개운하게 해 준다.

차를 타고 밭에까지 왔다. 이슬이 맺힌 풀잎을 발로 툭툭 걷어차서 바짓가랑이를 적시며 새벽잠에서 아직 덜 깬 잡초들을 밟아 깨우며 안개가 살포시 깔린 농로 길을 걷는 것도 꽤나 낭만적인 풍경인데, 지지난해 농로를 포장하여 밭에 까지 차가 들어가니 편하긴 한데 조금은 아쉽다. 하기야 몸이 편하자고 마음이 불편할 수 없다는 포옹장인(抱擁丈人)의 이야기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겠지. 며칠전만해도 거칠거칠해 보이던 논들이 벌써 몇 불럭은 연한 녹색으로 차례 차례 모습을 바꾸어 가고 있다. 로터리를 쳐서 곱게 써레질 해놓은 논에 물이 가득한채 미풍도 없이 고요하더니 우주를 담는 거울이 됐다. 밤새 하늘이 내려와 깊이 가라 앉고 산도 숲을 끌어 안고 내려와 잠겨있다. 논 속 하늘에는 아주 큰 눈도 부시지 않는 오렌지색 태양이 산보다도 더 깊게 가라 앉아 있는데, 논둑에는 부스스 잠이 깬 들오리 한쌍이 논 속을 헤엄칠 것인지 날아가야 할지 망서려지는듯 어쩡쩡한 표정으로 논속만 들여다 보고 있다.

고추 골을 따라 걸으며 고추의 자라는 생태를 살핀다. 이미 새 뿌리가 내려 생육을 시작했다는 표시로 잎의 색이 한결 짙어졌고 곁눈이 아주 작은 잎들을 내밀고 있다. 초췌한 얼굴로 곁눈도 내보이지 않고 있는 놈들은 아직도 활착이 안됐거나 새 뿌리를 내리려 애쓰고 있는 중일꺼다. 심을 때 정성을 좀 덜 들인 모양이다. 허리도 아프고 빨리 일을 끝내려고 대충 심은 것들은 뿌리와 토양사이에 공간이 생겨 뿌리가 말랐던 모양이다. 물을 충분히 주고 흙을 잘 부수어 뿌리 사이에 공기가 차지 않게 심어 뿌리와 토양이 서로 잘 적응하도록해 주어야 하는데....육묘과정을 제대로 거쳐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뿌리도 줄기도 튼튼하게 잘 자랄 수 있는 조건을 갖추었어도 심는 과정에서 정성을 기울이지 않으면 처음 만나는 땅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데 실패하거나 시간이 오래 걸리게 되는 것도 아마도 우리의 사회생활 일면과 다를 바 없다.

아기를 기를때 얼마나 정성을 기울였나! 재롱을 피우고 예쁘기만 하던 녀석들이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고 청소년기를 거치며 얼마나 우리의 가슴을 졸이고 걱정과 불안, 슬픔과 화, 분노를 불러 일으켰나 그 때마다 우리는 아이의 미래와 장래를 위하여 라는 명제 아래, 우리 자신의 체면과 남의 눈과 척도에 맞추기 위해 즉 나의 마음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닦달하고 볶아 여리고 어린 가슴에 영적 상처를 입히고도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사과 한 마디 못하고 지나오지 않았던가. 물론 그 당시에는 당위성이 있고 가장 탁월한 선택이었겠지만 세월이 지나고 나서도 아쉬움이 남아 있는 것을 보면 그리 훌륭한 선택만은 아니었던가보다.

과거도 회상하지 말고, 미래도 상상하지 말며 그저 지금, 여기에서의 감정을 소중히 여기며, 가능한 단순하게 생활하는 것이 건강에도 좋다는데, 틈만 나면 과거와 미래로 치달리는 나의 마음이 영적 안정감을 얻기까지는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의 흐름을 감싸 안아야 할까.....

안개가 아직도 벗겨지지 않고 있는 것을 보니 오늘도 날씨는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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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상 2009.05.22 09:08
    송옹의 정서적인 낭만의 세계는 적분이 아닌 미분이고 근사가 아닌 접사의 세계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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