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들어 두번째 새벽 부터 서두르는 원거리 산행 이다.
전라 북도 고창군 해리면 하연리에 있는 해발 높이는 그닥 높지 않은 336M의 산이다.
인근에 여러 산들과 연해 붙어 있고 사철 꽃들과 풍광이 한껏 어우러져 100대 명산중 40위권 안짝에 드는 아주 착하고 가볼만한 산이다.
더구나 풍천 장어,복분자 술, 작설차로 유명한 고장으로 이상훈 회장은 미리 미각을 자극 하며 많은 참가를 꼬드긴다.
일찌감치 서둘러 나서는데, 이틀 연속 비가 온다는 일기 예보와는 달리 오지는 않고 있다.
이 비는 감로주 같은 단비 일테지만 우리 산행중 에는 아서 하는 이기심이 은근히 든다.
07시 20분쯤 수서역에 도착하니 나보다 더 서둘렀었을 박효범이 가고 이상훈,남득현, 이성희는 미리 맞이 하고 있다. 언제나 투철한 회장단 이다.
김양자도 일찌기 어딘가로 계속 전화중 이고,위광우(오늘 부평서 왔다지 아마)변병관, 송인식등은 늘 부지런 파 이다. 오랫만에 김용호도 나왔다.등산모 는 안썼지만 항상 쓰고 다니는 뚜껑은 덮어 쓰고 서,,,.장거리만 가나?
이어 승용차 한대가 도착 하더니 우르르 몰려들 나오 는데 남영애, 정영경과 류미희,진희의 희자매들. 그리고 항상 식사와 간식등 먹거리를 해결 해주는 고마운 배달의 후예 박정애와 박상규 들이다.
권영직과 우무일, 정만호가 가세하고, 버스안 에는 언제 왔는지 정숙자, 박찬홍이 있다. 강기종이도 있고...
이제 출발하잔다.
죽전에 도착하니 일기 불순인데도 한 떼의 여행객 무리 중에서 심항섭, 박태근, 강인자가 올라탄다.
이래서 남 16명, 여 9의 도합 25명이 그런 대로 버스를 채워 룰루랄라 갔다. 아쉬운 건 투표로 정한 첫 토요 산행인데 강력히 토요일 산행을 주창한 분들이 상당수 빠지고, 단골인 정환이, 해순이, 상건이, 명원이, 석영이, 영애, 동건이, 승빈이 등과, 올 듯 말 듯 망설이던 영식이, 승희 등이 안보일 뿐이고, 또 태영인? 그래도 즐거운 건 즐거운 거다.
아침식사로 동현김밥,물등을 나눠 주더니 정애가 아린지(전에 모 여자 총리가 오렌지를 이렇게 발음 하라고 해서리)를 하나씩 돌린다 친절 하게 윗도리도 따주면서.
밖은 꾸물 꾸물 우중충 하지만 안에서는 무슨 재미진 야그가 그리 많은지 삼사오오 이야기 보따리들을 풀어 재낀다.
인식이는 불교에 대해서 많이도 안다. 인식의 강의 중 득현이가 나도 불교서적을 좀 읽었다 하니 장난끼가 돌아
"득현아, 너 그럼 불교의 '심조불산 하니 수군인용'이라는 훌륭한 말을 아니?" "내가 한문을 어떻게 아니?" 주위에서는 모두 웃고, "여기 있는 우리 모두 아는데 너는 귀국한지 얼마 안돼 모르는구나."
어원은 넉살꾼 윤종이가 계룡산에서 스님 차림의 거사를 놀려먹으며 한 말인데, 덧붙여서 "심조불산하고 호보연자하니 수군인용이라" 한다고 낄낄들 댔다. 뜻은 다 알죠~잉?(참 쉽죠~잉?)
이 참에 우리가 가고자 하는 禪雲山, 도솔산이라고도 하는 이 산을 좀 더 알아보자.
이름 그대로 구름 속에서 선을 닦는 산이나 도솔천을 끼고 가는 미륵불이 사는 극락 으로의 길 이 모두 불도를 닦으라고 강추한는 바다.
조계종 24교구의 본사인 선운사라는 대찰을 품고 있는 산이다. 도립공원으로 돼있고.
예정대로 10시40분쯤 주차장에 도착, 입장권을 사서 산행을 시작한다.
선운산 가비를 뒤로 하고 먼저 선운사 입구를 좀 지나니 커다란 절벽의 바위에 붙어 사는 송악나무 무리가 눈길을 끈다. 천연기념물 제367호로 지정되어 있단다. 일명 담장나무라고도 한다.
더 쭉 들어가니, 또 천연기념물 354호로 지정돼 있다는 장사송이 밑둥은 하나인데 가지가 8개로 위로 뻗어있다. 8도강산을 의미한다나 뭐라나...
좀 더 가니 위로 진홍굴이라는 커다란 동굴이 나온다. 전에는 좌변굴이라도고 불리었는데 신라를 강력한 대국 으로 이끈, 또 진흥왕 순수비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신라 24대 진흥왕이 40여년 집권한 왕위를 이양하고 석가모니처럼 돼고자, 사랑하는 도솔왕비와 중애공주를 데리고 백제 땅인 이곳에 왔댄다. 첫날을 이 굴에서 지낸 후, 머리를 깎고 법명을 법운이라 짓고 중이 된다. 우리나라 호국불교의 기초를 닦은 효시이다. 도솔암을 짓고 또 중애사를 창건하며 대찰을 일으킨다. 그 후 이 굴을 진흥굴이라 불른단다.(우리 친구 중에는 시 잘 쓰는 진흥이도 있다.)
진흥굴을 둘러보고 낙조대 천마봉 쪽으로 올라갔다. 밑에서는 풍성한 겹왕벚꽃(겹사쿠라)과 각종 꽃들이 잘 가꾸어졌었는데, 위쪽은 진달래는 이미 졌는지 별로다. 가끔 철쭉은 보이고..
새벽까지 내린 비로 도솔천 등 계곡의 물은 풍성한 듯 하고 하늘은 가끔씩 인색하게나마 파란 색을 보이나, 자외선을 잘 차단해준다. 거대한 사자바위를 곁눈질로 보고 계속 오른다. 가파른 철계단을 힘겹게 올라가니 발 아래 절경이 좌-악 펼쳐지는 천마봉이다. 이어 낙조대, 이 경치와 친하고 싶어 남여별로 또 한컷씩 찍고,
저쪽의 청룡산 쪽 배맨바위, 일명 할미바위라 하는 또 긴 조교같이 생긴 철계단을 바라만 보고 낙화암처럼 생긴 병풍바위를 스쳐 용문굴로 간다. 배맨바위는 아주 예전엔 이 산이 바다였었는데, 배들을 매 두었다는 전설 이다. 이동네 이곳 저곳에서 드라마 대장금을 찍었댄다. (사진 잘 찍는 동건과 병근이가 있으면 렌즈를 여기 저기 막 들이 댈 텐데,,,흥국이 처럼 "으-악.)
용문굴은 아주 커다란 바위를 들어올린 듯하며 과연 용이 트림을 하던 곳 같기도 하다. 언뜻 "나 잡아 봐라~" 하고 뛰다가 "안 돼여 돼여 돼요~~"하는 장면이 나만이 아니고 아줌씨 여럿이서 동시에 떠오르는 건 뭘까? 이것도 이심전심인가?
용문굴 밑으로 해서 도솔암,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제일크다는 마애불상(보물 제 1200호)을 보고 선운사로 들어간다.
작은 고인돌들도 보고( 이근방이 고인돌 유적지로 세계 자연 유산에 등록 돼 있다.)무서운 사대천왕도 노려보며 경내로 들어가니 뒷쪽에 동백나무 숲이 있다. 꽃은 아직 만개하지는 않은 듯 하고, 옛날에 이 절의 불을 밝히기 위한 동백기름을 얻으려고 동백나무를 많이 심었다고도 하는데 아무튼 우리나라 동백꽃 최대단지라고 한다(천연기념물 184호).
대웅전 옆에는 일년에 꽃이 세 번 핀다는 커다란 배롱나무(일명 목백일홍)도 보았다. 그리고 드디어 풍천장어와 복분자술이 기다리는 참조은집이라는 식당에 갔다. 아, 배고프다(꼴까닥).
한 마리에 거금 일만 팔천원 한다는 장어를 추가로 더 시켜 먹기까지 하고, 든든한 배를 안고 귀경길. 장어에 변기가 깨진다는 복분자들을 드셔서 그런지 아홉 선녀들은 유독 오늘 더"이뻐!"
갈때는 脫 심심풀이를 위해 산노래 위주로 한 곡씩 익히도록 한다며 이번은 산악인의 노래로 영상음향을 여러 번 틀어주었는데, 노준용 회장이 있었으면 딱이라고 좋아하겠다. 현영이도 그렇겠지?
산행지도와 악보를 복사하지 않고 선명도를 높이려 모두 다 직접 컬러 프린트로 했다는 착한 상훈 회장, 성의가 있다. 이거 한장씩 모아두면 나중에 산 노래집이 되겠다. 그럼 펄펄 살겠지?
당초 계획표 대로 딱딱 시간 맞추어 수서역에 도착한 후 각자 뜻대로 생각대로, 따지지도 않고 묻지도 않으며 당구장으로 집으로 다들 간다.
앞으로 신데렐라의 요정 할머니 주문대로 "비비디 바비디 부" 하면 뭐든지 다 되면 좋겠다. 회장단들, 그리고 배달의 후예들! "니들이 수고가 많았다~"
언제나 감칠 맛 있고 재치도 있고 수석 사관 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