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에 깨어 화장실 거울을 보면 종종 돌아가신 아버님이 보인다. 아버님 계실 때는 잘 몰랐는데 우리는 부자지간에 꽤 많이 닮은 것 같다. 아버님 돌아가신지 삼년. 이제 아버지 모습을 차차 잊어가면서 대신 닮은 구석이 도드라진다.
아버님은 장남인 나와 24살 차이의 띠 동갑이었다. 당신 30대의 젊은 모습이 생각날 정도다. 생전에 세상 누구보다 나를 염려하셨고 60년 넘는 세월동안 곁에 계셨다. 그리고 돌아가신지 삼년인데 이제는 내가 아버지 같다.
무릇 사람 사는 일이 그리 쉽지도 않고 천생 다투며 마음껏 욕심도 부려야 했지만 어느 날 모퉁이 돌아서서 뒤돌아보니 지나간 이만 오천여 날들이 그저 아버지 따라가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