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원 山林浴場에서(271회산행기)
이 성 희
하늘이 흐려 있습니다. 비 예보가 있어 그렇습니다.
오늘도 廣場은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10시가 가까워오자 하나 둘씩 모여들더니 스물 한명이 되었습니다.
서울시에서 主管하는 장애인 행사가 있어 광장은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流入되어 점점 더 붐비기 시작합니다.
오랜만에 樹木園길을 걷습니다.
매표구 앞에는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섰습니다. 단체로 입장권을 받으려고 했는데 여의치 않아 개인별로 표를 받아 입장합니다.
봄에 새로 단장한 화단에는 저마다 고운 자태를 뽐내는 꽃들로 뒤덮였습니다. 모양과 이름도 생소하여 익숙하지 않네요.
수목원 입구에서 겉옷을 벗고 있는데 17회 후배 둘이 앞서 올라가는 것이 보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아래로 갔다고 하네요. 그나마 우리들은 함께 출발할 수 있어 좀 나은 편일까요?
오르막이어서 초반은 좀 숨이 찹니다.
<믿을 놈 하나 없네. 슬슬 산책하라더니...> 뒤돌아보니 우산 하나만을 달랑 들고 참석한 박창호군이 웃고 있습니다.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여 우산을 펼쳐듭니다.
잠시 앞뒤로 인적이 끊어진 틈을 타, 가만히 멈춰 서서 주변 소리에 귀기울여봅니다. 우산 위로 사락사락 떨어지는 빗소리, 나뭇잎들 위로 흩어지는 나지막한 빗방울소리... 숲사이 사이를 가득 메우는 그 소리는 천연의 음악이군요. 요즘은 처마 끝 낙수소리를 들을 기회가 없어 그조차 그리워지곤 합니다. 아직 그만한 소리를 들을 정도의 聽力이 유지되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요.
아우성치며 솟아오르는 연초록 잎들을 보노라면 그 치열한 생명력에 휩쓸려 나의 온 몸도 연두빛으로 물이 들어버릴 것만 같습니다.
문득 몇 년 전 가을, 문경 주흘산 정상에 섰을 때가 생각납니다. 그 기막히게 아름다운 풍경을 넋을 놓고 내려다보는데, 평소 무뚝뚝하다고 생각했던 황군이 무의식중에 토한 말 한마디.
< 저 단풍의 바다에 훨훨 날아 내리고 싶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런 뜻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너무도 의외의 所懷에 놀라는 한 편 모두가 격하게 공감했었지요.
오르락 내리락, 한 시간쯤 걸었을까. 비가 잠시 멈춘 사이에 넓은 평상과 의자가 있는 쉼터에 배낭을 내려놓고 자리잡습니다.
모두 모여 짐을 풀고 나니 평상 위에 가득히 온갖 간식상이 차려집니다.
유쾌한 웃음들이 숲속으로 메아리칩니다.
다시 비가 내립니다. 그 순간 한 사람씩 우산을 펼쳐드니 그 모양새만으로도 훌륭한 그림이 그려집니다.
휴식이 끝나고 170m를 올라가 남미관 쪽으로 내리막길을 잡습니다. 전체 수목원 길이의 절반에도 채 미치지 않는 거리만을 걸은 셈입니다.
역까지의 거리도 꽤 되어 그 길은 그대로 담소하는 시간이 됩니다. 최근 귀국한 김종만군에 관한 이야기가 재미있습니다. 미국방문에서 돌아와 전하는 김두경군의 미국친구들의 近況 역시 반가웠지요.
햇살은 드러나지 않고 빗방울만 오락가락합니다. 잔잔한 호수면 위로 크고 작은 波紋이 일렁입니다.
선바위 광양불고기집. 맛있는 식사.
(추가주문은 수익자부담이라는 회장의 지침 때문에 한동안 왈가왈부합니다.)
또 하나의 즐거움. 식후의 빠질 수 없는 커피타임
오늘의 화제는 단연 <썸>입니다. 알고 있나요?
요즘 젊은이들이 잘 쓰는 말이지요. 서로 호감을 가지 남녀가 조금씩 다가가는 모습을 말한다지요.
젊어서 겪어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운 친구들은 오늘 밤 옛날로 돌아가 그 누구(!)하고 썸타는 꿈이라도 꾸게 되는 것은 아닐까요.
참석자 명단
강기종 남득현 민일홍 박상규 신해순 이명원 장용웅 황정환 김정차 김진국 김두경 박창호 이종건 이상훈 정만호 변병관
정영경 정숙자 진영애 이명희 이성희 박정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