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경기가 비슷하겠지만 바둑을 두려면 바둑판에 돌 한 개를 올려놓을 때마다 생각을 해야만 된다. 기력에 따라 감각과 테크닉의 차이는 있겠으나 낮은 수준에서도 나름대로 최선의 수를 찾아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흰 돌과 검은 돌이 놓이는 상대적 위치 따라 바둑판 전체의 형세가 달라지고 천천히 승패가 갈라지는 경기이므로 돌 한 개를 놓을 때마다 전체 형세에 미치는 선악이 있기 마련이다. 근거없는 괜한 욕심이나 성급한 마음으로 서둘면 안 된다. 검은 돌과 흰 돌을 서로 한 개씩 순서대로 놓는 경기에서 자기만 일방적으로 우세하기를 기대할 수도 없는 것이다.
이미 반상에 위치한 돌들의 형세를 파악하고 나와 상대방의 강한 부분과 약한 부분을 읽어가며 다음 놓는 돌이 더 능률적인 위치에 있게하려면 균형감 있고 차분한 생각이 필요하다.
우연한 기회에 두기 시작한 바둑이 이제 30년을 넘어 나도 나름대로 이치를 깨달아 간다. 단순한 취미 이상의 흥미를 가진다. 어쩌면 이제 부족함을 느낀다는 뜻이다. 바둑을 잘 두려면 늘 반상 전체를 들여다보며 자신 만의 최선의 수를 찾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러나 한수 또 한수 생각하며 바둑을 두기보다 그저 습관대로 바둑돌을 적당하게 보이는 위치에 놓고난 다음에야 후회할 때가 많다. 이상하지만 바둑돌 놓기 전에 생각해서 바둑 두기가 쉽지 않다.
며칠 지나면 2008년도 지나고 새 해를 맞는다. 어김없이 흐르는 세월 속에 우리의 삶도 한판의 바둑처럼 두어지고 있다. 이제는 종반전. 나의 삶의 바둑판에도 어제 두었던 바둑처럼 멋있었던 돌도 놓여 있고 후회 되지만 이미 어쩔 수 없는 돌들로 채워 져 간다.
하루하루의 삶에서 바둑판에 돌 하나를 올리듯 최선의 수를 찾는 노력을 해야겠다. 깊은 생각 없이 반상에 올려놓고 그 다음에야 후회하는 바둑처럼 내 귀한 세월을 보낼 수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