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나 더웠던 올 여름. 어느 날 밤은 잠 못 이룰 만큼 푹푹 찌기도 했었지. 그 한 여름 밤엔 두꺼운 구름 속 같은 무더위가 너무나 길게 느껴지기도 했었어. 그러나 하루 이틀 지나고 여름이 끝나니 잊을 뻔 했던 찬바람 부는 날들이 다시 떠오른다.
함 잽이 따라 떠들어대며 장가가는 친구 색시 집을 찾던 날도 꽤나 무더웠고 할아버지 돌아가시던 날도 그런 밤이었지. 긴 여름이 끝날 때는 언제나 아침저녁 찬바람이 불고 종아리 스치는 차가운 느낌이 가버린 세월을 생각나게 한다.
이제 가면 언제 오나. 한 여름은 가고 이제 남은 건 가을 겨울 뿐. 아직은 심하게 아프지 않아 다행인 울 마님. 어느새 나 보다도 더 커버린 듯도 한 걱정스런 아이들. 낄낄대며 떠들어대는 것이 영 세련되지 않을 듯 한 내 친구. 그리고 가을과 겨울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