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7회 산행기 (대모산및 구룡산)
10시에 수서역에 모여 곧바로 대모산부터 오르기 시작한다.
얼마 전부터 시원해진 날씨와 그제 하루종일 내린 비로 푸른 나무 잎들이 반짝반짝 빛나는 그늘 밑을 가벼운 발 걸음으로 오르면서 9전 전승으로 올림픽에서 금 메달을 딴 야구 얘기로 꽃을 피운다.
한국을 자기들보다 한수 아래로 깔보던 일본을 예선에서 우리가 이길 때만해도 그들은 야구에 관해서만은 한국에 비해 우위를 점한다고 우쭐대더니, 결선에서마져 지면서는 그 좋던 기세가 쏙 들어간다. 어제 결승전에서는 주심의 편파적인 판정에도 불구하고 세계 아마 야구의 최 강호라고 하는 쿠바까지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하는 장면의 감격적인 순간이 오늘 아침 이 순간까지도 가슴 속에 마냥 남아 있는 듯 하다.
모든 선수들이 하나같이 잘들 뛰었고, 특히나 용병술에 뛰어남을 보여 준 감독에 대해 모든 지식에 해박한 이재상이 한마디 덧 붙친다. 장비같은 맹장, 조자룡같은 용장, 조조같은 지장, 유비같은 덕장 위에 있는 장수가 운장, 복장이라고 한다. 아무리 자기가 잘 낫다고 폼을 잡아본들, 운때가 맞아야 하고 복이 있는 장수에게는 어쩔 수 없이 한수 아래란 말이다. 세상 사는 이치가 다시금 느껴진다. 열심히 살아야하는 건 기본중 기본이겠지만, 그것만 갖고는 무언가 쬐끔 부족하다. 겸손하게 여유있게 남을 배려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이치를 종종 깜박깜빡 잊기 때문이다.
항우가 그렇게 좋은 명문 가문에서 태어나 역발산 기개새 하는 힘이 있었어서도 별로라고 보였던 유방에게 허망하게 무너진 역사를 우리는 보았고, 하도 가난하게 살았기에 절에 버려졌다가 동냥이나 하던 주원장이 운때를 잘 만나 명나라의 태조가 된 것을 보더라도 그렇다.
얼마를 그렇게 야구 얘기로 신나게 이재상과 주거니 받거니 올라가다 보니 선두 그룹의 강기종, 권영직, 정태영, 이성희는 아예 시야에서 보이지 않고 시원한 나무 그늘아래 최근 완전 은퇴하여 앞으로 산행에 자주 참석하겠다는 김정차, 그리고 송인식, 민일홍, 변병관이 우리를 맞이하고 있다.
바로 뒤에 얼마 전에 영구 귀국하여 산행에 꼬박꼬박 참석하겠다는 남득현이가 빨간 모자를 쓰고 올라오고 있고, 그 앞에 박효범, 그리고 이재상, 신해순이가 그 뒤를 잇는다. 또 그 바로 뒤에는 박상규, 박정애, 남영애, 이영식이 열심히 오르고 있다.
대모산의 정상 높이는 300미터도 채 되지 않지만 수서역에서 오르는 길이 은근히 길어 거의 50여분이나 걸려 정상에 오른다. 잠실 운동장이며 한강, 그 너머의 북한산, 도봉산, 불암산, 수락산이 깨끗하게 보인다.
백운대의 빼어난 자태를 줌으로 끌어본다. 디카 줌으로는 역시 한계가 있다.
자리를 펴고 모두 앉아서 과일 등으로 간식을 한다. 산에 오르는 사진이 없었던 선행주자 4명과 오래간만에 나온 김건택, 그리고 우무일, 정기봉의 산행 증명을 위하여 모두 함께 모여 한 커트 찰칵한다. 너무 후딱 찍어 성의없이 찍는다는 불평이 있었는데, 어때? 잘 나왓지?
찍으면서 생각해보니 바로 두달 전의 이곳 산행 전체 사진에 몇 사람 얼굴만 갈아 끼운듯도 하다.
이제 대모산을 내려와서 중간에 구룡산 정상에 올라 잠시 흐르는 땀을 씻고는 누구 말마따나 고생 끝, 행복 시작의 하산 길로 접어들어 코트라 앞으로 나오니 3시간여의 대모산, 구룡산 종주 산행이 끝이다.
코트라 앞에서 버스를 타고 신사 역에서 내려 짜우짜우 중국집에 들어가니 이승희가 주인장처럼 우리를 반긴다. 당구장도 차렸고 짜장 우동집도 차렸나? 시원한 맥주, 쏘주에 유산슬, 탕수육 그리고 승희가 특별히 한 상 내는 동파육으로 점심을 먹는 중에 김용호, 천주훈, 주환중이 쪼인을 한다.
2시 반에 점심식사를 마치고 일부만 먼저 가고 대부분은 인근 이승희네 선양 당구장에 가서 당구게임을 즐기며 하루를 즐겁게 마무리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