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암사 해우소에 쭈그리고 앉아 울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여름이 가기 전에 기차 타고 여행이나 하자 해서 훌쩍 기차를 탔다. 순천만의 일몰이 그럴 듯 할 것 같았다. 그래서 탄 기차가 순천행이다. 선암사, 순천만, 송광사, 낙안 읍성을 1 박 2 일에 버스와 택시를 바꿔 타며 무리 없이 돌았다. 교통 시스템이 짜임새가 있었다. 물론 광현이를 졸라 깔끔한 남도 음식점 한 곳도 소개를 받았다.
기왕 사진기를 들고 간 여행, 나도 남들 처럼 순천만의 석양 사진 한 장 찍고 싶었다. 물 때를 맞춰야 나타나는 S자 물길이 마침 해 떨어지는 시간과 얼추 맞는다. 서둘러 순천만 용산으로 오른다. 구름이 없는 날의 해 떨어짐이라 붉어야 할 하늘이 맑았다.
그래도 이게 어디냐, 처음 와서 물 때를 맞춰 S자 라인 물길을 보았는데... 마침 붉은 색을 띄기 시작한 칠면초도 초록 갈대에 어울려 장관이다.
해가 완전히 떨어질 때까지 넋을 놓고 앉아 있다 돌아왔다.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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