龍馬와 峨嵯 사이(264회 산행기)
이 성 희
九月도 중순을 지나서는 제법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고 푸른 하늘 아래 山의 능선이 칼로 오 린 것처럼 선명하게 다가와 그만 더위가 물러간 줄 알았는데 요즘 며칠은 다시 한여름으로 되돌아간 것처럼 후텁지근합니다. 노염의 기세가 만만치 않아 움직일 때마다 등줄기가 후끈거립니다.
해발 348m의 龍馬山은 峨嵯山의 최고봉으로 면목동 동현에 위치하고 있으며 망우리공원, 중곡동 간의 산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등산로를 통해 망우리에서 아차산성을 거쳐 어린이 대공원 후문 근처까지 이어지는데 외사산의 2코스인 구릉산, 忘憂山을 통과하는 코스의 일부입니다. 경사가 심한 편은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길이가 길어 종주 시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이 중 구릉산과 망우산은 개발이 되지 않은 자연적인 산을 즐길 수 있고 용마산과 아차산은 정비가 잘되어 있는 편안한 트래킹이 가능합니다.
아차산성은 백제 책계왕 원년(286)에 고구려의 침입에 대비하여 성을 고쳤다는 기록이 처음 확인되는 삼국시대의 산성 유적입니다.
예전 망우리라고 불리던 망우산 일대는 1933년 5월 27일부터 공동묘지로 사용되기 시작한 묘지공원입니다. 지금은 대부분 개발되어 일부만 남아 있습니다. 한용운, 오세창, 서동일 등 독립운동가들과 방정환, 이중섭, 박인환 등 17인의 유명인사가 잠들어 있으며, 안창호 선생의 묘도 이장되기 전에는 이곳에 있었다고 합니다.
문득, 아주 어릴 적, 6,25 때 전사한 오빠의 무덤을 찾아 헤매던 생각이 났습니다. 1년에 한번 갔기 때문에 묘 주변은 언제나 풀이 우거져 있어 아무 표시도 없는 산소를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나이 차이가 많았으나 지극히 동생들을 아껴주던 오빠는 휴전을 목전에 두고 전사했습니다. 국립묘지에 손바닥만한 공간조차 허락되지 않아 망우리 공동묘지에 안장했는데 몇 년 후 개발에 밀려 파묘한 뒤, 그 산 능선에 뿌려져 한 줌 흙으로 돌아갔지요. 아득히 60년도 더 지난 일이니... 저 산 능선 어디쯤일까요.
발밑에 구절초 몇 송이 나비처럼 바람에 흔들립니다
초장에 좀 가팔랐을까?
잘 정돈된 아름다운 용마공원을 지나 용마정까지 당도했을 때, 벌써 지친 사람이 생겼습니다.
오늘 따라 몸 상태가 그리 좋지 않은 친구들 몇은 기어이 중도에서 하산해야 했습니다.
그래도 잔병치레를 이기고 오랜만에 나온 모습은 더할 나위 없이 반가웠고 발이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미소를 잃지 않고 끝까지 함께한 친구에게는 고맙다는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길이 여러 갈래가 되어 한꺼번에 같이 움직이지 않으니까 자꾸 꼬리가 끊어지곤 합니다. 휴식시간을 가지려는데 후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마치 이산가족 찾듯이 오르내리기를 되풀이하고 여러 번 전화를 한 끝에 마침내 그늘막 아래 한자리에 모여 재회의 기쁨을 나눕니다.
오늘도 간식거리가 풍성합니다. 김정차가 손수 가꾼 포도의 맛은 일품이었고 이재상의 약주는 가슴을 찌르르하게 하는 그 무엇이 있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 지리산 종주를 무사히 마치고 돌아온 용감한 삼형제(!)의 용기에 대한 이야기가 화제에 올라 이야기꽃이 피었습니다.
세 친구들의 용기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냅니다.
이명희 동기회장이 과일을 싸들고 식당까지 찾아와 식탁을 더욱 풍성하게 해 주었습니다.
10월 산행은 24일 동기회 가을 소풍과 함께 합니다. 가을나들이는 속리산 쪽으로 정해졌다고 합니다. 동기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 기대합니다.
김진국 남득현 박상규 신해순 이상훈 이명원 이재상 이종건 강기종 김정차 허창회
이석영 박정애 정숙자 정영경 이성희 이명희
초반에 너무 가파른 오름 때문에, 그만, 이나이에 입덧(?)을 하는 바람에 부러운 눈총을 받기도 했으나 , 긴 여정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옛골토성의 오리구이와 들께수제비탕 맛도 일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