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회 산행기 (태백산) <보륨도 올려봐요!!>
권영직 등산회장이 기획하고 정태영 동기회장이 지원하여 이루어지는 1박2일의 태백산 산행을 위하여 대전에서 카센타를 운영(?)하는 차승희가 참석을 하고 산행모임에는 생전 처음이라는 김성은이가 참석을 하였다. 병마를 이겨낸 정기봉과 한창 병마와 싸우고 있는 김세환의 의지가 돋보인다. 년초의 산행만은 꼬박꼬박 참석하겠다는 임승빈이가 일찌감치 나오고 김윤경도 산행모임에는 오래간만에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
유정순과 유정숙, 남영애와 박정애, 정숙자와 정영경, 그리고 이석영과 이성희가 보이고 한동건이와 이명원, 민병훈이도 오래간만에 산행모임에 나온 것 같다.
그 외에는 비교적 산에서 자주 보는 변병관, 이상훈, 황정환, 이재상, 박효범, 김진국, 주환중, 송인식이를 보게 되니, 본인까지 포함 28명을 태운 버스가 9시 10분에 수서역을 떠난다.
(김두경이가 태백으로 쪼인하여 산행에는 모두 29명이 일행이 되었다.)
11시에 제천 휴게소에서 잠시 정차하였던 버스가 영월을 지나면서부터는 오르막길을 구불구불 오른다. 따사한 겨울햇살이 차창가 저쪽 너머로 펼쳐지는 모습들을 한껒 여유롭게 바라보게 하는 호사스러움을 제공해 준다. 태백으로부터 맑게 흐르고 있는 동강의 물 줄기, 며칠 전 내린 눈을 이고 있는 산 등성이들, 그리고 처마 밑에 주렁주렁 매 달린 고드름의 모습 들이다.
따듯함을 안겨주는 겨울햇살과 차가운 공기를 막아주면서도 밖을 공감하게 하는 넓은 유리 창은 언제나 우리 마음에게 평온함을 선사해 준다.
1시에 태백에 도착, 한정식으로 점심식사를 하고는 태백 눈 축제장으로 걸어간다.
잠간 걸어가다 보면 도착하는 곳인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다. 관광버스가 도열한 비좁은 공간과 수많은 인파들 속을 헤집고 40분 정도나 걸은 후에야 커다란 눈사람이 우리들이 축제장 도착했다는 것을 알려준다.
초등학교 수학여행 온 어린 아이들처럼 이곳저곳 얼음조각 사이로 걸으면서 광고에 비해 엄청 질이 떨어진 제품들을 실감한다. 뭐, 다 그런거지... 꿈을 꾸면서 경험하지 못한 세상을 동경하며 사는게 우리 모두의 인생 사는 방법이지 않겠는가? 닥친 현실이 별거 아니라고 하면서도, 그게 지나놓고 나면 그게 또 아련한 추억으로 남는 게 아니던가?
다시 한참을 걸어 내려와 버스를 타고 황지로 간다. 낙동강 발원지라고 한다.
산 꼭대기 어드메에 있을 줄 알았던 낙동강 발원지가 시내 한가운데 있다고 의아하게 생각할줄 모르지만, 그 시내 한가운데가 이미 800 몇 미터 고지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시내 한가운데에 낙동강 발원지가 있는게 아니고, 낙동강 발원지에 시내가 형성되었다고 보는게 더 정확 하겠다.
벌써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다. 한강 발원지인 검룡소에 가기에는 시간이 너무 늦었다. 한쪽 발원지라도 보았으니, 검룡소는 나중에 추후 개별 방문시로 미루고 태백 역 근처의 삼겹살 집에 가서 삼겹살 실컺 먹고 소주 잔뜩 마시고 노래방에 가서 간단히 소화시킨 후, 첫날 밤을 태백 모텔에서 달콤(?) 하게 잔다.
이튿날 7시에 북어 국으로 쓰린 속을 달래고 유일사 입구 매표소로 달려가 태백산을 오른다. 많은 눈이 내렸었기에 길 옆 쌓인 눈을 스틱으로 찔러보니 1 미터는 훨씬 넘는다. 그래도 오르는 길은 유일사 보급로로 뚫어 놓았는지, 널찍하다. 미끄럼 썰매를 타던지 스키를 타던지간에 내려가기에는 아주 적격인데, 아이젠을 차고 눈길을 오르기엔 좀 가파른 편이다.
2.3 킬로미터 올랐다는 표시와 함께 오른 쪽 가파른 길 저 쪽밑으로 유일사가 보인다.
왼쪽 등성이로 계속 오르니 온통 백설같은 눈이다. 이렇게 많은 눈을 밟으며 눈 경치를 감상하기도 무척 오래간만이다. 그런데, 그렇게도 깨끗한 눈길을 어떤 무례한 놈들이 귤 껍질로 저렇게도 더렵혔을까? 한 두군데가 아니다. 자기 집은 저렇게 하진 않을텐데... 산에 오르는 사람들이라면 귤 껍질은 동물도 거들떠 보지 않는 쓰레기임을 알고도 남을터인데...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의 주목군락이 나타난다. 눈을 이고 있는 녀석, 갖은 풍상에 가지가 꺾인채 서 있는 녀석, 하도 오래 살아 시멘트로 보철을 한 늙은이 등이 갖가지 포즈로 우리를 맞이한다.
좀 더 오르니 저멀리 산위의 구름이 마치 비행기에서 보이는 솜 이불 구름 같다.
내 디카로는 아무리 최대로 줌을 끌어봐도 잘 나타나지 않을텐데... 그래도 찍어봐? 저 위로 구름 보이냐?
좀 무겁더라도 나이 더 들기 전에 동건이가 들고 다니는 24개짜리라고 했던가, 17개짜리라고 했던가의 커다란 카메라를 메고 다녀 봐?
태백산의 정상 장군단에 이르니 오늘 날씨가 비교적 따듯함에도 바람이 쎈 편이다. 바로 저 아래쪽에는 천제단도 보인다. 왕이 친히 천제를 올리기도 했다고 한다.
이곳까지 열심히 올라온 친구들과 함께 태백산이라고 커다랗게 새겨져 있는 곳을 배경으로 증명사진 찍는다.
이제부터는 하산 길이다. 경사가 비교적 심해서 눈썰매 타고 내려오는 애들 모습은 신나 보이는데, 우리들은 신경을 쓰면서 내려온다. 아무리 눈길이라도 넘어져서 어딘가 부러지는 날에는 한동안 꼼짝없이 산에도 가지 못할터이니...
바로 아래 단종비각이 쓸쓸히 서 있다. 비각 앞 단 위에는 누군가에 의해 조그만 술 한병과 오징어 한 마리가 썰렁하게 놓여 있다. 불쌍하다는 생각이 울컥 치솟으면서 권력의 무정함을 느낀다.
바로 아래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샘물이면서 개천절에 올리는 천제의 제수로 쓰인다는 용정과 망경사를 지난다.
반재로 해서 당골로 내려오니 단군성전이 보인다. 아하! 왜 당골이라는 무당골이 생겼는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약 8.5 킬로미터의 태백산을 오르고 내려오니 어제 왔었던 눈 축제장으로 이어진다. 매표소 바로 옆의 생태찌개집에서 점심식사를 하고는 2시 15분 출발, 6시 반경 수서역에 도착하였다. 집에 늦게 들어가 저녁 밥 달라는 귀챦은 말 하지 않도록 냉면과 떡 만두까지 사 주는 주최측의 고마운 배려까지 받으면서 1박 2일의 즐거운 신년 초 산행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