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뉴욕 여행에서 얻은 또 하나의 수확은 화가 박원준을 다시 만난 것이다. 이 친구가 홍대 회화과 1, 2 학년 무렵 지나치듯 몇 번 보고 40 년 만이다. 이 친구의 그림은 그림도 아니고 사진도 아니다. 사진 기법을 기본으로 쓰긴 하는데 그 것은 기법의 문제지 결과물은 이상하게 그림 보다 더 그림 같은 사진이 된다.
이 친구의 최근 작품 속에는 점자와 박제 된 생선과 화가 자신의 얼굴이 함께 등장한다. 박제 된 생선이 화가의 눈을 가리기도 하고 복잡하게 헝크러진 낚시줄 같은 선 속에서 화가의 눈이 빼꼼히 사진 밖을 내다 보기도 한다. 나는 이 친구의 이런 그림, 아니 이런 사진이 참 좋다. 오랫만에 만난 옛 친구가 제 작품 좋아 하는 꼴이 좋았는지 아래 그림 한 장 떼어 내어 나를 준다. 기왕 줄거라면 사인도 해라 해서 억지로 사인도 하나 그려 넣게 했다 (BRAIL이란 글자 밑에 숨어 있다^^)
내가 이 친구를 만난 날은 마침 가게로도 쓰고 있던 작업장을 정리하는 날이었다. 어수선하고 심난할 만도 한데 이 친구의 모습은 어릴 때 별명 같이 달관한 할배다. "내가 사는데는 욕심이 없는데 그림에는 욕심이 있나?" "지금 하고 있는 전시회에서 어제 내 사진이 하나 팔렸데..." 꼭 남 말하듯 혼자 중얼 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