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 양쪽으로 노랗게 하늘을 가려버린 은행 나무들이 가지런 한데
떨어져 내리는 노란 잎은 노랑나비의 군무처럼 어지럽고 화사하다.
노랗게 포장된 은행 낙엽 길을 따라 달리는 자동차를 뒤쫒아 은행잎들이 달린다.
차가 지날 때마다 벌떼처럼 일어나 달리는 낙엽들은 곧 지쳐 달리기를 멈추고 ,
또 차가 오면 달리고 몇 번 반복하여 달리고 난 낙엽들은 길가에 지쳐 나가 떨어져 뒹굴고 있다.
햇살에 투사된 노란 잎새들이 마음을 가뿐하고 즐겁고 기쁜 느낌으로
잔잔하고 따뜻하게 한 동안 가슴속에 머물고 있다.
한 여름내 태양을 빨아들이며 오만스러울 정도로 강열한 에너지를 뿜어내듯
의기양양하게하늘을 향해 고개를 꼿꼿이 세우고 힘찬 도약을 거듭하던
벼 포기들도 그 당찬 기세를 누그러뜨리고고개를 숙여
내 뿌리가 땅에 박혀 있음을 깨달았음일까?
검침처럼 날카롭던 기백은 슬며시 잦아들고
여유로움과 풍요로움으로 가을 벌판을 채우고 있다.
이미 수확이 시작된 깊어진 가을 들녘의 풍경은
풍요로움, 여유로움, 밝고 환함 등의 정서가 한데 어우러진
한 폭의 한국화를 보는것 같아 내 마음도 여유롭고 밝으며 즐거워진다.
길게 남겨진 콤바인 바퀴 자국을 따라 가지런하게 벼의 그루터기만 남겨진 채
벌판은 텅 비어가고 있다.
잔잔한 가을비가 한 줌의 바람인양 흩뿌려지더니
산야를 뒤덮은 나뭇잎 하나하나에 색감이 짙어지는데,
마음엔 아직 가을을 충분히 담아보지도 못했는데,
스산한 바람 줄기에 어깨를 움추리는 것은
몸이 먼저 가을이 가고 있음을 느끼는 것일까?
허름한 밀짚 모자에 양팔을 펼치고 서 있는
저 허수아비는 세월을 막고자 함인가?
옷자락 펄럭이며 겨드랑이 사이로 찬바람 휑하니 지나쳐도,
참새 몆 마리 밀짚모자 위에서 수다 떨어도 쳐든 팔 한번 휘두르지 않고
먼 산만 무심히 바라보는 것은
아직도 마음속에 꿈틀대는 욕구를 다 태우지 못한 회한이 남아 있는 것일까?
불사르지 못한 자존감을 헤아림일까?
벼가 이미 베어져 나간 텅 빈 논둑의 허수아비 맘속에는
잘 됐다, 못 됐다. 많다, 적다하는 분별심이 사라진
그야말로 텅빈 공의 세계가 있기라도 한 것일끼?
참새 떼가 날아간 허공에는 아무런 흔적도 없듯이,
삶의 대소사도 시공을 떠나면 별일이 아닐런지도 모르는데
자그마하고 잡다한 일에 전전긍긍하고, 의미를 부여하고 감정을 일으켜 일희일비하는
내 삶의 모습을 되짚어 보면서 허.....참,,,,,
맑은 공기 한 모금 깊이 들이 마시고
세상사 그러려니하고 살지하는 생각으로
마음속 다짐을 또다시 하면서 바라보는 단풍은 더욱 곱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