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에서 자운스님을 시봉하고 살 때 일입니다 당시 소승은 꽃을 키우는 사람은 마음 나뿐 사람이 없다는 운허 스님 말씀을 듣고 수십개의 분재를 키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자운스님을 모시고 몇일 출타할 일이 생겨 돌아와 보니 꽃이 모두 말라 죽었습니다
그 동안 꽃을 키우는 일에 한 말씀을 않으셨던 큰스님께서 조용히 저를 부르셨습니다 40년 시봉을 들던 저에게 처음이자 마지막 준엄한 꾸중을 내리셨습니다
#네가 꽃을 사랑하느냐?
#네
#꽃도 너를 사랑하느냐?
저는 아무 말씀도 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말라 죽고 자유자재로 클 수 있는 나무를 네 입장에서 가위로 자르고 철사로 동여매고 나무의 괴로움은 생각지 아니하고 네 생각대로 만들어가서 되겠느냐?
#한번이라도 나무의 입장에 서 봤느냐?
네 자신이 아니라 나무 입장에 설 수 있을 때 꽃을 키워라
< 小考>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본래 있던 그대로가 그 존재를 존재케 하는 의미를 갖는 것이다
그것이 자연의 질서이며 調和다
개개인의 주관이나 의도로 조작된 아름다움이나 질서는 본래의 생명력을 잃기 때문에 장엄하지도 어울림도 없다
사람 역시 누구나 眞面目이 있다
더럽혀지지 아니한 淸淨한 본래 마음자리가 自性(스스로 갖고 있는 성품)이다
미추도,선악도,시비도 없는 자성,본성,불성이야 말로 인간이 궁극적으로 돌아가야할 회귀처요,고향이다
오늘도 내일도 放浪者이지만 모든 생명이 그렇하듯 누구나 回歸 본능을 거슬를 수 없는 것이다
위에 글은 현대불교사에서 최고의 율사로 꼽히는 자운스님을 모신 혜총스님의 일화입니다 이 글이 일상의 우리들의
삶이지만 나에게는 警責(꾸짖음)으로 들려 단편적인 생각을 정리정돈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