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만의 세상구경' 울산 라문순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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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 북구 강동동 제전마을에 사는 라문순(78) 할머니는 40대이던 30여년전 심한 관절염이 찾아왔지만 병을 제때 치료하지 못해 급기야 앉은뱅이가 됐다.
관절염으로 인한 후유증은 무릎 뼈와 인대에 심한 변형이 생겨 오른쪽 무릎과 발목이 구부러지는 등 펼 수가 없게 만들었고 왼쪽 무릎 역시 관절염이 심해 설 수 없게 됐다.
이후 라 할머니는 오직 엉덩이로 몸을 밀어가며 생활해왔고 외출은 꿈꿀 수 없었다.
그러다 지난해 3월 북구보건소의 방문간호사가 우연히 라 할머니 소식을 관내 울산시티병원측에 전하자 조현오 시티병원장이 직접 나서 할머니의 병을 고치기로 하고 진료에 나섰다.
조 원장은 "할머니의 상태가 너무 안좋아 주변에서는 수술을 말렸지만 성공 확신이 섰다"며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상황은 낙관적이지 않았는데 라 할머니는 30여년을 엉덩이로 기어다닌 결과, 오른쪽 다리는 무릎과 발목 부위에 피부 괴사가 심한데다 쇠약, 시력장애까지 동반돼 합병증까지 우려됐다.
그러나 라 할머니는 "살아서 한 번이라도 걸어서 집을 나가 보는 게 소원"이라며 원장에게 수술을 부탁했고 할머니는 지난해 3월 24일 입원해 8월 퇴원일까지 9차례의 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다시 수개월이 넘는 재활치료를 거쳐 라 할머니는 최근두 다리로 일어설 수 있게 됐다.
라 할머니의 감동적인 사연을 계기로 지난 21일 북구 강동동 제전마을 회관에서는 울산시티병원과 제전마을간의 조촐한 자매결연식이 열렸다.
시티병원은 이날 라 할머니에게 보조기와 신발을 선물하고 지속적인 치료를 약속했다.
라 할머니는 "이렇게 된 건 다 기적"이라며 "나를 세우려는 주위 사람들의 의지가 없었다면 이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