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뒷산 우면산(254회)
이 성 희
11월은 빛깔로 표현하자면 언제나 회색이라는 느낌이 들곤 한다. 흐린 날이 유난히 많은 탓인지도 모르겠다.
다채로운 색깔의 낙엽을 모두 떨구고 나면, 함박눈이 그리워지는 겨울이 오기 전, 그 가운데 中間 地帶에 있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오늘도 역시 낮게 갈아앉은 하늘도 그렇거니와, 안개와 미세먼지가 뒤섞여 주변이 모두 어스름하여 회색빛이다. 나무는 色을 모두 지워버리고 本然의 모습으로 돌아가려는데...
ㅡㅡ푸른 이파리들을 키워낸 생의 한 때를 지나 바람을 한껏 움켜쥐고 좀 더 멀리 가지들은 다음 생인 봄으로 건너가고 있는데ㅡㅡ
詩人이 노래한 다음 生인 봄, 그 봄을 을 기약할 수 없는 사람들은 말 없는 시선으로 裸木을 바라본다.
<기다리지 않아도 다가오고, 보내지 않아도 떠나가는 것>이 어디 사랑 뿐일까.
생의 겨울에 가까이 서 있으니, 점점 더 아까워지는 세월 또한 그 중 하나일 것이다. 붙잡아놓고 싶어도 한사코 떠나가야 하는 時間은 어느 틈에 열손가락 사이로 모래알처럼 흩어진다.
동네 뒷산 牛眠山(해발 293m) 코스는 여러 번 갔던 대로 단순하고 익숙한 길이다. 선두와 헤어져 있더라도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는 뜻이다. 어제 내린 눈발이 산의 北面에는 녹지 않고 조금씩 남아 있는 곳이 있었다. 젖은 나뭇잎이 바위에 들러붙어 발밑이 질척거린다.
반나마 갔을 때, 갑자기 <라이온스 클럽> 회원들이 주변청소를 하러 대거 몰려들어 시끌벅적해졌다. 조용하던 주변 분위기가 순식간에 장마당이 되버렸다.
사람들이 떼지어 모여 앉은 쉼터를 지난다. 쉴 자리가 마땅치 않다.
별안간 라면 스프 냄새가 코를 찌른다. 별로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추운 산속에서 만나는 라면의 냄새는 별나게 자극적이다.
소망탑에서조차 쉴 곳이 없다. 공사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10여분을 더 내려와 벤치 주변에 서서 간식거리를 풀고 후미를 기다린다.
미슐랭가이드 별표를 받은 당당한 두부집 < 백년옥 >에 스물 두명이 둘러 앉았다.좁은 홀이 꽉 찬다.
오랜만에 식사자리에 나온 향숙이에게서 (광화문으로 출근하므로) 요즘 광장의 모습을 귀동냥해 들었다.
ㅡ평생 그렇게 많은 종류의 포장마차를 처음 보았다.ㅡ
ㅡ온갖 길거리 음식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ㅡ
ㅡ1회용 방석을 비롯한 시위용품이 불티나게 팔린다.ㅡ
ㅡ1회용 컵에 담긴 초 한 토막이 3000원ㅡ
ㅡ시위 끝난 뒤처리가 씻은 듯이 깨끗해 놀랐다ㅡ
시민들은 성숙해져 가는데 나라는 뒷걸음질치는 것 같아 안타깝다.
廣場은 언제나 그 평화로운 모습으로 우리에게 돌아올 것인가.
오늘 소망탑까지 오르느라 힘이 들었고 선두에게 불만이 있었다면 이명희 부회장이 선물인 향기로운 술한잔, 가슴에 털어넣고 이로써 그 앙금, 깨끗하게 씻어버리기를.....
이윽고 짧은 山行은 끝나고 해는 西山으로 기우는데 찻집 담소의 여운은 그 그림자 기일게 드리운다.
신해순 변병관 박효범 장용웅 이종건(회장) 정기봉 김윤종 강기종 이명원 황정환 박상규 정만호 허창회 이재상
정숙자 박정애 이명희 임매자 한명희(미주)이석영 이성희 이향숙(식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