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다. 바빠!” 출근 준비에 시계의 분침을 따지던 그 시절, 안전면도기로 수염 깎고 넥타이까지 매는 동안 아내도 아침상 차리느라 함께 서둘러댔었다. 그 때는 늘 시간 맞춰 하루를 시작했다. “여보! 늦겠어. 나 지금 바로 가야 해.” 30년이 넘는 세월동안 하루의 시작은 이런 식이였다.
그 당시 하루하루 할 일도 많았고 아주 다급했던 일도 많았었는데 이젠 다 까먹어 기억이 안 된다. 뭐가 그리 중요했었던지 다 잊어버렸다. 아주 먼 옛날이야기처럼 느껴진다. 그래도 30, 40세 그 당시 나는 꽤나 젊었고 부지런하고 집중도 잘 했었던 것 같다.
요즘은 아들 녀석이 “다녀 올 게요.” 하며 출근을 한다. 요즘 회사에서 해야 할 일이 많단다. “그래! 수고해라.” 그렇게 답을 보내며 나의 지난 세월이 떠올리기도 한다. 어리기만 했던 아들이 서른이 넘고 사회인이 되어 차려입고 출근을 한다. 세월이 짧게 느껴지는 걸 저 애는 아직은 모르겠지.
퇴직 후 몇 년 간 직업이 없으니 직책도 없다. 먹고 자는 것은 전과 같은데 하는 일은 달라졌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사람은 일을 하며 살아야 한다.” 와는 다른 의미이다. 며칠에 한번 산에 오르고 결혼식, 장례식에 참석하고 바둑과 당구모임에 나가거나 친구만나 함께 식사하는 것이 내 일이다. 어쩌다 차타고 등산 여행이라도 떠나는 것이 내게 대단히 큰 일이 되는 셈이다.
사람은 하는 일을 통해 돈도 벌지만 자신의 뜻을 펴고 사회에 공헌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면 아무리 나이가 들고 은퇴했다고 해도 요즘 내가 하고 사는 일 가지고는 당연히 난감해 져야 될 것 같다. 퇴직 후 이런 생각은 많이 했지만 그렇다고 더 이상 내가 할 일은 생길 것 같지 않다. 여간해선 자기실현을 위해 남을 돕는 자원 봉사에 뛰어들 마음도 생길 것 같지 않다.
하여간 보람 있게 살아야 할 삶은 아침마다 새롭게 시작되고 이만하면 오늘도 즐거운 듯하다.
날마다 틀에 박힌 생활을 하던 사람들의 고민인것 같아요.
노후를 위해 무얼 준비해야 할까를 생각해 보고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모두에게 알려주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