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얀 햇살이 어둑한 새벽 산길을 비춘다. 빗살처럼 촘촘히 선 나무기둥 사이를 빠져나온 은은한 햇살이 골짜기를 비춘다. 새벽 조용한 산길은 풋풋한 소년처럼 아무 걱정도 없고 넉넉하기 만하다.
산길은 오르막으로 시작된다. 오른발 윗쪽으로 몸을 옮기고 힘주어 왼발을 내 디딘다. 묵직한 배낭의 무게가 기분 좋게 느껴지고 싸한 새벽 공기가 개운하다.
조용한 산길에서 타임머신처럼 지나간 과거로 돌아가 할아버지의 기억을 떠 올리기도 한다. 서너 살 때 생각인 듯하다. 지금 나보다 더 젊은 할아버지였다. 세월은 그렇게 가고 오는 모양이다.
오랜만에 홈페이지에 글을 올렸는데 멀리서 정차가 답 글을 올렸다. 답 글이 꽤 정답다. 이번 글은 너무 무거워 뭐라 하나 쓰기 어려웠나보다. 사람 사는 마음은 가리는 것도 많고 그리 쉽지도 간단하지도 않아 술이나 한잔해야 겨우 히히거릴 수 있는 모양이다.
오늘 아침에 동 트는 시간에 맞추어 집 앞 큰 길 건너에 있는 관악산 능선 길을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천천히 걸어 과천으로 내려왔다. 집에 돌아와 시계를 보니 10시가 조금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