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락산 둘레길(249회)
이 성 희
새벽 寒氣 아직 이마에 선뜻한데
갈숲에선 비비대는 새들의 노래 소리
저만치 백로 한 마리 홀로 무심하네.
오랜만에 快晴한 하늘을 보니 마음마저 정갈해지는 느낌이다.
당고개역, 낡고 비좁은 驛舍 안에 사람들이 가득 들어차 있다.
그 중에서도 우리 동문들은 금세 눈에 띈다. 멀리 수원에서부터 江北의 끄트머리까지 달려온 친구를 비롯해 스물 두 명이 모였다.
해는 이미 中天이라 서둘러 역사를 나선다. 어수선한 주변을 지나 비탈길을 오른다. 어째 변변한 표지판 하나 없는 게 이상하다 했다. 10여분 올라갔을까. 저 아래에서 다시 내려오라고 부른다. 아뿔싸 길을 잘못 들었단다. 다시 原點으로 내려왔다. 휴일이어서 그런지 치우지 않은 쓰레기더미가 수북하게 쌓여 있어 惡臭가 진동하는 골목길을 족히 20여 분은 헤맸나 보다. 이번엔 제대로 入口를 찾았다. 아까 내려오던 길의 중간에 오른쪽으로 빠졌으면 훨씬 덜 힘들었을 터인데....
그래도 숲은 싱그러운 香氣를 품고 이미 무성하다. 우울하고 어두운 事件들은 벌써 망각의 수면 아래로 갈아 앉았나 보다. 사람들의 모습은 평온해 보인다. 바쁠 것도 없는 둘레길, 그저 천천히 걷는다.
6월의 강렬한 햇볕이 화살처럼 등허리를 찌른다. 빛을 받아 반짝이며 바람에 흔들리는 잎새들의 손짓, 잠간씩 서서 땀을 들인다. 등줄기가 시원해진다.
이윽고 우리들의 間食타임.
큼직한 화강암을 둥글게 깔아놓아 안성맞춤인 그늘에 모두 둘러앉는다.
갖가지 과일과 술이 바닥에 놓인다. 돗자리를 깔아놓은 가운데 자리에 부처님처럼 앉은 신해순 회장, 손을 내미는 친구들에게 안주를 供給한다. (말씀만 하세요.) 회장은 그냥 되는 게 아닌가 보다.
박찬홍이 건네는 원숭이의자버섯주(간신히 외웠음)를 꿀꺽 마셨다. 가뜩이나 더워 땀이 범벅인데 가슴속에 불이 일어난다. (40도나 되는 독주를?) 다양한 술의 종류(다 외우지 못했음) 때문일까. 막걸리가 인기가 시들하자 신회장이 막걸리 세일(!)을 단행한다.
편안한 休息을 끝내고 하산길에 들어선다.
전망대에 서 보니 시야가 탁 트여 四方이 한 눈에 들어온다.
北漢, 道峯 佛巖을 일별하고 또 인증샷을 찍는다.
어떤 經驗을 공유하고 사진을 같이 찍어 기록을 남기면 훗날 그 때 있었던 일들에 대한 이야기에 同參할 수 있어 즐겁다. 혹은 같은 일을 겪은 同志的 감성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기회가 많은 사람은 그렇지 않을 지도 모르지만 경험이 일천하면 얼마 안 되는 기억을 소중히 여기게 되고 가끔은 소외감도 덜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디에 가든지 열심히 사진을 찍는다. 특히 우리의 산행사진이라는 것이 언뜻 모두 비슷한 것 같아도 자세히 보면 각기 다른 시간과 배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물을 중심으로 思考하는 서구인들에 비해 동양인은 덜 객관적이라 그렇다고도 한다.
한동안 두런거리며 시원한 공기를 마시며 무심히 걷는데 갑자기 저만치 나무아래 서 있는 사람이 (쉬었다 가세요) 하고 말을 건넨다.
(아니 도대체 누가?)하고 고개를 들어 자세히 보니 선글래스 쓴 민병훈이 커다란 바위 옆에서 소년처럼 웃으며 서있다. 모두들 깜짝 놀라고 환호했다. 거기까지 마중나올 줄은 짐작도 하지 못했으므로 정말 반가웠다.
수척한 모습이기는 해도 가벼운 산행을 할 정도로 회복된 것을 보니 정말 다행이다 싶었다.
또다시 민병훈을 둘러싸고 사진을 찍는다.
1시를 조금 넘겨 豫約된 식당에 들어서니 마당에 여섯 친구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일행은 모두 스물 아홉 명이 되었다.
더군다나 오늘 식사는 모두가 말리는 데도 민병훈이 부담했다.
친구를 위로하러 왔다가 오히려 푸짐한 대접을 받고 가는 셈이다. 보드카에 수박까지.
後食타임
박상규 古道會會長이 시작한 (구기동, 다락방 까페) 이후, 이제는 거부할 수 없는 여학생들만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오늘은 디저트 cafe다, 눈꽃빙수 세 그릇을 앞에 놓고 남자 둘과 여자 여덟 명이 둘러앉았다.
주인공은 단연 민병훈, 우선 버킷리스트의 <수자>가 화제에 올랐다. 이미 부회장이 수소문해서 연말총회에 나오기로 약속이 되었다고 한다. 그날 그 추억의 노래를 들을 수 있으려나.
두 남자의 첫사랑 얘기가 나오니 모두의 눈빛이 초롱초롱해지고......
언제 들어도 싫증나지 않는 얘기, 그 안타까운 사연과 더불어 잠시 먼 옛날로 돌아가 우리는 모두 소녀가 되었다.
새삼스레 재담꾼임이 입증된 민병훈의 입담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웃음의 폭풍속으로 빠져버렸다.
그리고, 이제는 年末에 <수자>와의 극적인(?)재회를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박효범 변병관 김정차 이종건(會長) 이재상 박찬홍 이명원 신해순 김두경 장용웅 황정환 강기종 박상규 이상훈 민일홍 민병훈
정숙자 박정애 정영경 진영애 강진소 남영애 이성희
이종건(大) 김광현 김용호 박창호 심항섭 이향숙(식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