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의 예정은 저녁 8시 반에 상계동 불암산 입구 재현중학교에 모여,
불암산 코오스가 9시 출발 - 12시 도착, 수락산은 12시출발 - 아침 4시 도착이다.
장장 7시간 코오스가 시작되려는 출발집결지는 등산로 입구에서 그 옆 재현고등학교 강당으로 바뀌었다. 아침부터 내린 비가 밤까지 온다 하니 주최측이 부랴부랴 집결지를 실내로 바꾼 것이다. 판단도 옳고 기동성도 좋다. 강당에서 인원점검, 구호 외치고 출발한 시간이 저녁 9시 10분.
젊은 사람과 늙은 사람, 남자와 여자 참 많이도 모였다. 이 프로그램 기획할 때 얼핏 들은 말이 불수도북 100명 좀 넘는 인원으로 한다 했었는데. 오늘 들어보니 삼백 몇십명이라고? 김윤종은 회장이니까 치지도외하고 우리 동기로는 변병관 나 이렇게 두명이다.
정태영이 한참을 있다가 우리 출발을 배웅하고 갔다. 다음날 새벽 도북에서부터 참여해야 할 형편이란다. 병관이가 날 보더니 어찌 그리도 반가워 하는지. (사실은 나도 그러했지.나도.)
밤사이 비 올 것이라는 예보가 그 사이 바뀌었다. 하늘은 흐릿하면서도 비는 이미 그친지 한참 되었고 올라갈수록 캄캄한 산의 분위기가 아니다. 아~ 오늘이 보름이지. 달도 안 떳는데 흐린 날씨에도 달빛이 온 누리를 투사하는 것이다. 불암산 정상에 오르면서 좌우로 내려다 보이는 노원구와 도봉구의 시가. 그리고 태능에서 구리로 뻗은 도시의 불빛이 넓어진다. 저 멀리 남산타워가 아름다운 불빛을 담아 윤곽을 보인다.
난 야간산행이 생전 처음이다. 꼭 40년전 후보생 때 야간각개전투라는 이름으로 지금은 고양시 화정동이 되어 있는 수색의 껌껌한 야산에 올라 멀리 보이는 여의도와 영등포를 바라 본 이후 밤에 산에 올라 본 건 처음이다. 높은데서 바라 보아 그렇긴 하지만 그때와는 도회지의 밤 모습이 시야도 다르고 도시규모와 밝기가 다르다.
보름달이 떳다. 별도 흐리지만 몇 개 보인다.
기상의 조화가 참으로 신기하다. 오늘 밤에 비 많이 쏟아진 날씨였으면 어땟을까?
반대 편으로는 수락산이 보인다. 그 수락산방향을 향해 내려 오는 길로 왼쪽에 외곽순환고속도로의 마지막 연결부분이 조명을 받아 환하게 내려 보인다. 그 유명한 사패산 터널은 쌍굴로 뚫었다.
불암산을 다 내려와 재집결하고 수락산 초입에서 출발한 시간이 12시다. 이제는 수락산이다. 2812부대 담장은 꽤 길기도 하다 했더니 금새 바위길이고 이 산이 만만하지 않다는 걸 처음 올라 가 보는 나에게 알려 주는 것 같다. 능선도 한 참, 바위도 한 참.
불빛으로 보이는 야간도시는 도봉구와 의정부이다. 가는 방향으론 그러하지만 오른쪽으론 남양주시 별내이다. 청학동이 참 괜찮은데 자리 잡아 있음을 알겠다. 간간히 태능쪽도, 미아리쪽도 보인다. 이 시간에 왜 안 자는 사람들이 이리도 많지? 다른 조 월드컵 경기를 티비로 보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러한 가보다.
정상에까지 두 시간 걸렸다. 이제 내려 가는 길은 그보다 조금 덜 걸린다고 보고 3시 반엔 도착하겠지 그러면 예정보다 30분은 단축되겠구나 싶었다. 헌데 집결지에 실제 도착한 시간이 04시 01분이다. 오차율 영쩜 몇 프로냐? 우연의 일치치곤 대단하기도 하다.
윤종이는 회장인데도 출발 첫지점부터 끝까지 우리와 행동했다. 내가 좀 힘들거라 염려도 되었나? 우리 동기 참가 인원이 좀 적어 그랬나? 허나 불수를 마치고 빠지는 내가 있지만 도북에선 우루루 참가할 터인데.. 아침 먹고 장암역에서 7호선 전철 타 도봉산역에서 줄곳 같이 있었던 병관이와 헤어졌다. 아침엔 좀 꾸물꾸물하니 오늘 도봉산과 북한산의 기상이 염려된다.
21시간의 종주를 다 마칠 유일한 변병관에게 박수 보내며 불수만을 끝낸 쥬너리가 존경과 부러움의 염을 담아 파이팅!!!
이 행사의 주관을 맡아 조직과 준비와 노고가 많고 그리고 4개산 종주를 직접 하기까지 한 총동산악회장 윤종에게 박수를!!
그리고 무엇보다 정작 행사 당일에 비 때문에 걱정하고 속 끓였을 총동산악회장이 처음 주관한 이 행사를 제대로 출발할 수 있게 해 주신 하느님께 찬미와 영광을!!
오늘 도북사정은 모르면서 불수후의 일이 잘 풀려 그 김에 잠도 안 자고 얼른 썼습니다.
쥬너리
도봉산에 이어 북한산에 함께 참여를 한 이상훈, 정태영이 좋은 코스 안내를 해주어 북한산만을 산행한 팀들도 즐겁게 산행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