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두 대가 부탁한대로 시간에 맞추어 물이랑 커피를 준비해서 잘 왔겠지 하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서 좀 일찍 압구정 역으로 나가보니 이미 회장단들이 일찌감치 나와서 오는 친구들을 반갑게 맞아주고 주현길이는 커피를 대접하고 있다.
9시 반에 여학생들이 탄 버스가 앞서서 떠나고 그 뒤를 남학생들 뻐스가 따른다. 40년전에도 말이 남녀공학이지, 여학생 얼굴도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학교를 다녔었는데, 환갑이 지나서도 뻐스까지 따로 타고 간다. 아직도 남학생들 옆에 있으면 부끄러움을 타는 여학생들이 있다나? 허,...
뻐스 좌석 위에는 네모난 스카프 위에 서리태 콩이 들어간 휜무리 떡이 하나씩 올려 놓아 있다. 일찍 오느라 아침을 거르고 올 친구들을 배려한 마음이겠다. 이를 먹으며 오래간만에 본 친구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니 마석 다윗동산에 1시간만에 도착한다.
98년에, 2002년에 오고는 이번으로 3번째 오게되는 동산이니, 월드컵 개최년도에 맞추어 오게 되는 묘한 인연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쨋거나 곧바로 위쪽 연병장으로 올라가서 유정순 선생 지휘하에 국민체조롤 몸을 푼다. 국민학교는 초등학교로 이름이 바뀌었는데, 이 체조이름은 아직도 국민 체조인가?
몸을 풀고는 곧바로 박상규의 구령과 숙달된 박정애 조교의 시범을 보면서 꼭지 땐스를 춰 본다. 여학생들이야 탁월한 리듬감각으로 잘들 추는데, 역시 남학생들은 그저 그렇다. 어! 장석화, 박효범, 천주훈등이 기대밖으로 유연하게 잘들 추네. 과외공부들 했나? 난, 이번 배운 실력으로는 월드컵 응원때 써 먹기가 힘들겠다.
청군 백군으로 나누어 고무풍선 공으로 페널티 킥 시합을 한다. 축구공이야 그렇다 치고 배구공도 아니고 풍선 공으로 공을 찬다?
나이 들면 애가 되니, 안전위주의 배려가 그저 고마울 뿐이다.
체육행사를 마쳤고 점심식사 시간도 되었으니 보물 찾으면서 아래로 내려온다. 혹시나? 하고 돌 몇 개를 발로 툭툭 차면서 내려와도 꼭꼭 숨은 보물은 찾지 못하는데, 이것 역시 몇몇 여학생들은 잘만 찾는다.
즐거운 점심시간. 옛날이나 지금이나 점심시간은 즐거워. 구워주는 돼지구이에 상추쌈으로 밥을 먹는다. 이승희가 선물로 준비했던 스카치 불루 17년이 그대로 소주와 함께 돼지고기 안주가 된다.
3시까지의 자유시간은 장용웅이가 오랫동안 수집, 소장했던 동전관람이며 주변 꽃 구경과 우리 안의 곰들을 보면서 여유있는 시간을 보낸다. 동전 전시장으로 사용되고 있는 펜션이 부럽네. 언제 여유있게 시간을 내어 오붓하게 지내보고 싶은 구조이다.
3시에 용웅 매제의 매직 쑈와 빙고께임. 강인자가 분명히 신문지를 몇 번이고 손으로 찢었는데, 어? 역시 매직이네.
펜으로 마크하던 빙고용지도 손으로 콕콕 누르기만 하면 되네.선물도 준비가 많네. 주최측에서 준비한 선물외에도 조동환이와 이효숙이가 증정한 선물로 모두들 한보따리씩 들고 가네. 오늘 오지 못한 친구들 배 아파서 어쩌나?
박태근이가 거금을 들여 새로 마련한 큼직한 사진기 셔터를 계속 눌러댄다. 이번 사진들은 모두 그 사진기에서 나온 것임을 아울러 밝힌다.
정확히 4시에 돌아오는 버스를 타고 잠실역을 거쳐 출발지 압구정으로 돌아온다.
[참석자]
<여학생>
강인자, 김명현, 김양자, 김윤경, 김정식, 김풍자, 남영애, 박정애, 방유정,
백창숙, 유정숙, 유정순, 유진희, 이명희, 이향숙, 이현주, 이후영, 전행선, 정숙자, 정영경, 정채영, 진영애, 최희욱, 현영, 황양순
<남학생>
김광현, 김성광, 김수관, 김용호, 김종칠, 민병훈, 민일홍, 박상규, 박영섭,
박태근, 박효범, 변병관, 심항섭, 안동진, 우무일, 유병렬, 이상훈, 이승희,
이원구, 이종건(코트라), 장석화, 장용웅, 장재원, 정기봉, 정만호, 정태영, 주현길, 주환중, 천주훈, 최현근, 한동건, 황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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