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튼 지 얼마 안 돼 아직 세상은 회색이다. 산길을 오르는 초행길 운전이 사뭇 불안하다. 점점 골짜기는 깊어지는데 왼쪽 꺾어진 비탈에는 “낙석주위!”라고 써 있고 푹 파인 오른쪽 벼랑에는 꽤 많은 물이 소리 내며 하얗게 부서진다. 겁을 먹은 채 산 자락에 뚫린 비포장도로를 이리저리 돌아 반시간쯤 오르니 이제 주차장이다.
아침 7시, 주차장 근처에 하나뿐인 상가의 문은 아직 굳게 닫혀있다. 돌을 다듬어 깔아놓은 상원사 앞길도 조용하고 아무런 기척이 없다. 새벽 예불을 끝내고 모두 잠들은 모양이다. 깊은 산 속 아침은 이렇게 조용하고 천천히 그리고 아주 희미하게 시작된다. 먼 산의 스카이라인이 드려진 널찍한 대웅전 마당에 신심 없는 나만 혼자 서 있다.
싸늘한 새벽 공기는 골짜기 가득 채워져 있고 연한 마늘 냄새가 나는 듯하다. 잡목 사이로 난 바위 길을 오른다. 한발 한발 다리에 힘을 주며 걸을 때 마다 몸이 좌우로 흔들리고 뛰고 있는 맥박이 느껴진다. 등산복 상의에 땀이 젖어들며 무엇인가 소리 없이 빠져나가는 듯 몸은 자꾸 가벼워진다. 세 시간 넘게 사람 흔적 없는 산길을 걸은 탓인가. 떠오르는 생각은 산속에 널브러진 잡목처럼 오락가락한다.
얼마 안가 다시 내려 올 산에 오르고 있다.
내려올 산을 올라가느라고 그동안 스트레스도 받고 수고들 햇었지 .
이젠 스트레스 대신에 진짜 땀으로 몸을 가볍게 하기 위해 산을 올라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