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아침 일찍 산에 오르겠다고 했더니 공양주는 따듯한 밥을 해 준다. 동기 산행을 위해 계룡산을 찾았던 인연으로 이 암자를 알게 된지 벌써 두 해를 넘었다. 주인이 정성으로 대해 주기도 하지만 서울에서 두 시간 정도면 찾아 올 수 있는 깊은 산이 마음에 들어 그 동안 꽤 자주 찾는다. 계룡산은 국립공원이라 휴일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찾아 들지만 평일에는 아주 조용하다.
오늘 아침도 빼곡한 나무 가지 사이로 비취는 아침 햇살에 산길이 하얗다. 겨울을 잘 보냈던지 통통하게 살 오른 새들이 나무 가지 위에서 푸득 인다. 새벽 조용한 산길에서 듣는 새소리는 맑고 청아하고 경건하기까지 하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이 조용한 산길을 천천히 걷다보면 새삼스레 혼자 걷고 있는 나를 발견하기도 하는데 그 감동에 가벼운 전율이 느껴지기도 한다.
응달 바위 길에는 아직도 눈이 소복하다. 오늘 산길에는 봄과 겨울이 섞여 있다. 이제 겨울은 가고 봄은 오고 있다. 습기가 적은 탓인지 건너다보이는 산들의 힘차게 굽이친 모습이 또렷하다. 맑은 날 능선 길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산줄기는 살아 꿈틀거리는 듯하여 장관이다.
현기증이 느껴지는 낭떠러지에 매달리 듯 서 있는 가느다란 소나무가 보인다. 어쩌다 눈비에 시달리며 깎여진 바위 틈새에 뿌리내린 소나무다. 가늘고 뼈만 남은 듯하지만 옹골차 보이기도 한다. 세파에 시달리며 살고 있는 모습이 느껴진다. 그러나 어엿한 삶이기에 나름대로 멋지게 보이는 것인가 보다.
혼자 걷는 산길에서는 그리움이 가득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