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시를 고르다 보니 장 콕토의 유명한 <귀>라는 작품이 눈에 띄었습니다.
내가 장 콕토라는 시인의 이름을 처음 들어본 것은 부고 1학년 때인가, 오동신 군을 통해서였습니다. 작고 예쁘장하고 센티멘탈하던 그 친구는 마치 여학생처럼(?), 예쁜 색종이 노트에 소위 명시를 베껴서 가지고 다녔는데 그 때 그 노트에서 보았던 매우 짧은 시 한편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는데 다음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산비둘기> -장 콕토
두 마리의 산비둘기가 귀여운 마음으로 사랑을 했답니다.
그 다음엔 말할 수 없습니다.
오동신 그 친구, 요즘도 이런 시를 읽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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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귀는 소라껍질
바다 소리를 그리워한다
장 콕토 ( 1889~1963 ), [귀]
우리는 흔히 귀의 생김새에서 소라껍데기를 유추하고 소라껍데기에서 바다를 연상합니다. 그래서 시인은 <내 귀는 소라껍질/ 바다소리를 그리워한다>고 노래하는 것 같습니다. 소라껍데기 속에는 소라(생명)가 없습니다. 속이 비어서 허전하고 그 허전함은 무엇인가를 간절히 바라는데, 그 바램은 자신의 근원인 바다에 대한 그리움이 아닐까요? 이 때 소라껍데기가 바다소리를 그리워하는 것은 우리가 고향을 그리워하는 것과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인간은 본래 고향(근원)상실자이지요. 그러므로 이 시에서 우리는 존재의 고향(근원)에 대한 존재자의 그리움을 읽는 것입니다. 이 짧은 시가 깊이 울리는 까닭은 귀에서 소라껍데기로, 소라껍데기에서 바다소리로 확대되는 이미지가 우리 가슴속에 있는 근원적인 향수(鄕愁)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 아닐까요?
이 진 흥 - 매일신문, 2005/8/25
요즈음은 소위 낙서 수준의 잡시?를 써서는 가까운 이들에게 보여주곤하네.
아마 자네에게도 몇개 보냈었지....
그중 하나를 다시 여기에 띄우네.
장 콕토의 산비둘기 와 나의 잡시 " 빈 자리" 에서 40년 세월을 볼 수 있을지...
나 요새 김춘수 선생님의 시를 읽고 있네. 가까운 날에 내가 내려감세. 안녕.